아마존·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IT 기업, 법인세망 교묘히 피해가
일본과 유럽 등 과세방법 놓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아마존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법인세 과세 문제로 선진국들이 고민하고 있다. 국가 별 세제 차이를 이용한 기업의 절세법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아마존, 에어비앤비 등 자국 내에서 영향력이 높은 외국계 IT기업들이 법망을 피해가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내년 여름 자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지역(G20) 회의에서 새로운 법인세제 등 대응책을 주요의제로 올릴 방침이라고 20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마존[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쿄에서 근무하는 한 워킹맘(34)은 매월 5~6회 정도 아마존을 이용한다. 주로 자녀용 기저귀나 음료 등 옮기기 힘든 물건을 주로 배달한다. 그는 "아마존을 이용하지 않는 아이엄마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일본 국내에서만 119억달러(약 13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5년 새 1.5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불한 법인세는 이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014년 기준 아마존의 매출은 79억달러(약 8조9000억원)이지만, 같은 해 법인세는 11억엔(약 111억8000만원)이었다. 같은 규모의 매상을 가진 일본 소매기업의 10분의 1 이하 수준이었다.
아마존의 법인세에 대해 일본 과세당국 관계자는 "(아마존이) 일본에서 버는 금액은 많지만 사용료로 대부분 빠져나가기 때문에 관세 대상은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측은 거대물류시설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클릭으로 주문하면 빠르면 당일, 늦어도 익일 내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미국 아마존은 이 판매시스템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해 일본 법인으로부터 고액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에 과세 대상이 되는 일본 법인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법인세액도 축소된다. 하지만 미일 조세조약으로 미국기업에 지불하는 사용료에 과세를 할 수도 없어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인터넷 산업이 더욱 발전하면서 과세 당국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서적 판매 계약처를 미국 회사로 설정해두고 있다. 현행 일본법 상 지점이나 송신거점이 없으면 법인세를 물릴 수가 없다.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도 일본 이용자에 대해서 아일랜드 측 회사와 계약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이에 일본 에어비앤비 이용자가 지불한 중개수수료 역시 법인세 과세 대상 외로 분류되고 있다.
◆ 새로운 과세방법 찾는 일본과 유럽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법제로는 과세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지자,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10월 부터 외국기업이 해외 서버를 통해 인터넷으로 송신하는 전자서적과 음악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각국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인세 논의를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유럽 역시 대응에 팔을 걷어붙였다. 유럽위원회는 지난 3월 유럽연합(EU) 내에서 디지털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실효세율이 평균 9.5%로 전체 기업 평균인 23.2%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과세방법 역시 제안했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도 전세계 매출이 연 7억5000만유로(약 9616억원)이상이고 EU 내 전자거래 매출이 연간 5000만(약 642억원) 이상인 기업에 소비처인 각국 매출의 3%를 세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이 경우 EU전체에서 연 50억유로(약 6조4000억원)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신문은 "특정 기업을 노린듯한 세금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모리노부 시게키(森信茂樹) 주오(中央)대 법과대학원 특임교수는 "과거에 만들어졌던 과세법은 지금의 디지털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며 "사회보장과 연금 재원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상황은 심각한 만큼,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