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민지현 기자] 대규모 다국적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법인세 부담이 상당 수준 감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고 조세 회피를 막고자 하는 국가 간 노력의 실효성이 미미했음을 보여준다.
공격적 조세 회피를 막고자 하는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효 법인세율(법인세 납부액을 법인세 차감전이익으로 나눈 값)은 금융위기 이후 9% 낮아졌다.
<사진=블룸버그> |
FT의 보고서는 9개 업종에서 시총 기준 10대 기업의 지난 25년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국가 재정 기여도가 2008년 이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유효 법인세율은 2000년 이후 34%에서 24%로 하락해 약 3분의 1의 감소 폭을 보였다.
기술 산업 분야의 법인세율은 평균적으로 약 13% 하락했으며 헬스케어·필수 소비재·소재 분야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
정부의 감세 조치는 다국적기업의 법인세율 하락 전체에서 절반 정도만 설명할 뿐이며 이는 다국적기업들이 엄격한 조세 징수방안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감세 경쟁을 펼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히르 데사이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눈에 보이는 많은 조치나 선언들이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세율 감소와 특허 박스(patent box)가 법인세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다국적기업 간 계속되는 세금 경쟁의 역동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특허 박스란 기업의 전체 순이익 가운데 지식 재산권(IP)에 의해 창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 법인세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FT의 이번 연구는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높아지던 시기에 어떻게 OECD 국가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감소세를 보였는가에 주목한다.
회계·컨설팅업체 KPMG에 따르면 각 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5% 감소시킨 반면 개인소득세율은 6% 증가했다.
마이클 데브뢰 옥스퍼드대 교수는 "정부 간 감세 경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의 미국의 법인세 인하 조치는 정부 간 감세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 조세위원은 "다국적기업들은 법인세율을 정함에 있어 자유롭지만 국제적인 세금 개혁은 필요하다"며 "법인세율 때문에 조세 회피 및 공격적 절세 계획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이 주된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이란 다국적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제로(0)이거나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인위적으로 이윤을 옮겨 이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다국적기업의 재무제표의 그룹 수준의 계정은 많은 다국적 기술 기업들이 자국 내 법인보다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이익에 훨씬 더 적은 세금을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국적 기업들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주장하며 세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뉴스핌Newspim] 민지현 기자(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