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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영란 공론화위원장 '2022 대입개편안'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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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확대' 방안, 근소한 차이로 '단계적 절대평가' 누르고 1위
김영란 위원장 "대입개편, 교육기본법 정신 토대로 이뤄져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대입개편안 시민참여형 조사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490명의 시민참여단이 그간 교육부가 제시한 네 가지 개편안을 평가한 결과, '정시확대'(1안)가 '단계적 절대평가'(2안)를 근소하게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의 브리핑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 김영란입니다. 저는 오늘 지난 4월말부터 진행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시민참여형 조사결과’를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 발표를 마치고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8.08.03 leehs@newspim.com

지난 3개월 동안 많은 관심과 위로, 질타를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울러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참여단 여러분들께서 보여주신 성숙한 시민의식에 깊은 경외감을 느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참여단 분들이 두 차례에 걸친 숙의토론회를 하면서 보여주신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민참여단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결과는 제가‘시민을 대표하는 참여단 490명’을 대신하여 발표하는 것임을 강조드립니다.

먼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의 과정을 개괄해 보겠습니다. 대입제도 개편은 사회적 합의가 어렵고 첨예하게 대립되어온 과제로, 어떤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참으로 무겁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면서 공론화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올해 4월 공론화가 결정되었습니다.

4월 30일 공론화위원회가 조직되자마자 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의 설계에 착수하였습니다. 먼저 교육의 문제를 개별적이고 파편적으로 접근하여서는 안되므로 시나리오워크숍 방식으로 공론화에 부칠 의제를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국민들의 대표성을 최대한 반영하여 작은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도록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기 위한 방안을 공론화 과정의 설계 속에 녹여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학생, 학부모‧시민단체, 교사 및 교원단체, 대학관계자 및 대입제도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 3가지 쟁점에 대해 4개의 공론화 의제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시나리오워크숍에 참여하여 의제를 도출하신 분들은 의제발표자로서 공론화의 전 과정에 동행하여 주셨습니다.

한편 2018년 6월 20일부터 시작된 대국민 전화조사에 응답하신 20,000명 중 시민참여단에 참가하실 의향이 있는 6,636명을 대상으로 표본설계에 따라 선정되어서 두 차례의 숙의과정을 마친 시민참여단은 490명이었습니다. 시민참여단에 대해서는 4가지 의제에 대한 개별적 지지도와 기타 부가질문들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를 발표하기 위하여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입제도개편 공론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민성과 전문성의 조화로운 결합이었습니다. 말을 바꾸자면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에게 대입개편이라는 고도의 전문적인 문제와 관련한 결정을 맡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민주주의에서 시민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전문성이 문제되지 않는 영역에 국한되는 것인지, 전문성이 문제되는 영역은 전문가에게 위임하면 그만인 것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관한 교과서적인 서술을 한 책 한 두 권만 들춰보아도 답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달(Robert Alan Dahl)은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전문가들은 일부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당신보다 우수한 지식을 갖출 수 있다. (...) 당신은 (당신의 병을 치료하면서) 의사의 권고를 따르는 것을 합당하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은 당신이 의사가 권고하는 치료과정을 따라야만 하는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당신의 의사에게 양도해야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관리들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구하는 문제와 정치 엘리트가 당신이 복종해야만 하는 법과 정책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다는 문제는 아주 별개의 문제다”라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철학자인 폴 우드러프(Paul Woodruff)는 '최초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시민지혜는 교육을 받은 평범한 일반시민인 우리가 실천하는 것이다. 이 지혜를 통해 우리는 전문가들 사이의 경쟁을 판가름한다. (...)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 지식을 이용해 성공을 거둔 전문가들은 종종 어떤 일이든 시민지혜 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가는 전문적인 영역에 있어서 반드시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의 중대한 결정이 전문가들에게 맡겨져서는 안된다. 국가의 결정을 좌우하는 전문적인 지식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이 견해를 일치시키지 못하는 미래의 대입제도에 대해서 일반시민들이 시민지혜를 통하여 판가름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과학적 결정은 아닙니다. “정부정책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들(정의, 형평, 공정성, 행복, 건강, 생존, 안보, 복리, 평등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교육은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9조 제3항은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입제도의 개편이 이토록 시민사회와 정부의 관심사항이 되어 온 것도 바로 이런 교육의 중요성 때문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주제도 결국 교육의 본질과 교육기본법에서 담고 있는 정신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입장에서 보자면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는 우리 국민들을 대표하는 시민참여단이 교육기본법에서 담고 있는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의제가 무엇인지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위원회는 이러한 선택과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역할을 부여받았던 것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시민참여단이 실질적으로 국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는 문제였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전문성이나 지식의 정도에서는 전문가들에 미치지 못하였을지 몰라도 우리 국민의 다양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집단으로 구성될 수 있었습니다. 단언컨대‘작은 대한민국’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시민참여단은 주권자로서 시민의 지혜를 발휘하여 ‘전문가들 사이의 경쟁을 판가름’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였고 그 과정은 시민참여단들이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공론화의 마지막 단계인 시민참여형 조사결과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충분한 경청과 토의를 거쳐 국가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결과물입니다. 그러므로 이 보고서를 전달받을 국가교육회의는 물론 공론화과정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관여하여 주신 모든 분들, 또 참여하지는 못하였으나 전 과정을 언론 등을 통하여 지켜봐 주신 국민여러분 모두가 조사결과를 최대한 존중하여 주실 것이라고 믿어 마지않습니다.

이제, 이번 보고서의 핵심 부분인 시민참여단의 조사 결과를 요약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조사를 설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쟁점은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고 어떻게 조사결과를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 것인가에 관하여 위원회는 개별 의제가 서로 완전히 배타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네 개 의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이 개별 의제에 대한 지지 정도를 각각 5점 리커트 척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설문지 문항을 작성하였습니다.

두 번째, 어떻게 조사결과를 해석할 것인가에 관하여 위원회는 1위와 2위 의제의 지지 정도에 대한 평균 점수와 지지 비율을 분석하고, 의제 간 평균 및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차이가 난 경우 1위 의제를 다수 의견으로 판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면 시민참여형 조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공론화 의제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 의제1과 의제2가 1위, 2위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4가지 의제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지지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의제별 평균 점수 기준으로 의제1이 3.40점, 의제2가 3.27점 순이었으며, 지지 비율 기준으로도 의제1이 52.5%, 의제2가 48.1% 순이었습니다. 의제1과 의제2의 평균 점수 차이는 0.13점이고 지지 비율의 차이는 4.4%p로서, 평균 점수와 지지 비율의 차이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또한, 사지선다가 아닌 의제별로 독립된 평가임에도 양자 모두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의제1과 의제2 중 어떤 의제가 다수 의견인가에 대해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둘째. 선발방법의 비율과 관련하여, 수능위주전형 확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발 방법의 비율과 관련하여, 수능위주전형의 적정 비율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현행 비율(2019학년도 20.7%, 2020학년도 19.9%)을 고려할 때 20% 미만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9.1%이고, 20% 이상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82.7%로 현행보다 수능위주전형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셋째. 선발방법의 비율과 관련하여, 학생부위주전형 내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에 대한 의견은 현행 수준에서 확대하자는 의견과 축소하자는 의견이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선발 방법의 비율과 관련하여, 학생부위주전형 내에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현행 비율(2019학년도 37.0%, 2020학년도 36.7%)을 고려할 때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을 확대하자는 의견과 축소하자는 의견이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넷째. 수능 평가방법과 관련하여, 중장기적으로는 현행과 비교하여 절대평가 과목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상대평가 과목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수능 평가방법과 관련하여 중장기적으로 적절한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가방법을 조사한 결과, 현행보다 절대평가 과목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은 53.7%(전과목 절대평가 26.7% 및 절대평가 과목 확대 27.0%)로 현행 유지 의견 11.5%, 현행보다 상대평가 과목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 34.8%(전과목 상대평가 의견 19.5%+상대평가 과목 확대 15.3%) 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섯째. 입시제도의 방향과 관련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제도,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입시제도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시제도의 방향성에 대해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제도에 대한 중요도가 4.62점(중요하다는 의견 95.7%),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입시제도에 대한 중요도가 4.42점(중요하다는 의견 92.8%)로 다른 방향에 비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섯째. 이번 공론화 결과에 대한 수용도는 매우 높았으며, 공론화 과정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참여단은 최종결과가 본인 의견과 다를 경우 얼마나 존중할지에 대해 93.0%가 존중하겠다고 답변하여 결과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론화 과정이 시민참여단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93.7%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시민참여형 조사 결과의 함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시민참여단은 그간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단점에 대한 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정책 당국과 교육전문가들을 질타하고 단점 보완을 분명하게 요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숙의과정에서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 중심의 의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였으나, 각각의 단점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질의에 충분히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단점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대안을 전문가들이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특정한 의제가 채택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시민참여단은 단점에 대한 대안을 교육 전문가들과 정책당국에 분명하게 요구함과 동시에, 2022학년도 수험생들을 위해 학생부위주전형의 지속적인 확대에 제동을 걸고 수능위주전형의 일정한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둘째. 상당수의 시민참여단은 중장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과목의 확대를 지지하였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절대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준비해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교육전문가들과 정책당국은 절대평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도 전과목 절대평가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26.7%였다는 점에서, 시민참여단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서 전과목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셋째.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와 관련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공론화 과정에서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오늘의 발표를 끝으로 지난 3개월간의 공론화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지금까지의 과정과 성과를 백서를 통해 보다 자세하게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과정을 마치면서 감사드려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일반 국민들의 축소판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표했던 시민참여단 490분은 우리 공론화위원회에게는 감동 그 자체이셨습니다. 2차 숙의토론회를 마치고 마지막 버스가 토론장을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시민참여단 여러분들은 질서정연하고 의연하셨습니다. 이번 공론화의 공은 모두 그 분들의 몫입니다.

시나리오 워크숍부터 2차 숙의토론회까지 함께 했던 공론화 의제 협의회 분들과, 그분들과 함께한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공론화 과정 속에서 올바른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주장을 펼치면서도 마지막까지 절제와 조화의 면모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아울러, 시나리오 워크숍 참가자들, 공론화 검증위원회 위원님들, 조사 및 숙의과정을 잘 운영해주신 한국리서치 컨소시엄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공론화과정 내내 취재와 보도를 함께 해주신 기자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위원회를 격려하여 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에 대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겠습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km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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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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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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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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