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미투’ 폭로 이후 89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안희정(53) 전 충남지사는 재판 내내 판사석 쪽으로 몸을 틀어 앉았다. 증거로 제시된 서증을 들여다보며 안경을 고쳐 쓰기도 했지만 대체로 재판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피고인석 대각선 방향에는 피해자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가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김씨는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변론을 들으며 고개를 숙이고 받아 적기도 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일 오후 2시부터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 대한 서증 조사를 진행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 자료를 보며 간간이 변호사와 대화를 나눴다. 김씨와 나눈 대화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을 보면서는 인상을 쓴 채 약 10초간 이마를 짚기도 했다.
약 80분 동안 진행된 오후 심리에선 검찰이 제시한 증거 목록을 검토했다. 이로써 재판부는 오전 심리를 포함해 모두 절차와 증거조사를 모두 마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안 전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2018.07.02 leehs@newspim.com |
이날 오전 열린 모두절차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낭독하며 “피고인이 업무적 지시를 가장해 술·담배 등 기호식품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마냥 피해자를 유인했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범죄”임을 강조했다.
이어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간음했던 러시아 출장 범행이 집약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는 김씨가 일을 시작한 지 26일 만”으로 “밥이나 차를 마시는 등 이성적 호감이 생길 만한 계기가 없었다”고 역설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즉각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은 “신체적 접촉 사실은 인정하나 위력은 없었다”며 ‘합의된 관계’임을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차기 유력 대선후보라는 인지도 자체가 위력이 될 수는 없다”, “피고인 캠프 분위기는 다른 곳보다 자율적인 분위기였다”, “도청 분위기가 개인의 자유의지를 억누를 정도로 위압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변론했다.
이어 안 전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를 반성하며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형법상으론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마친 안 전 지사는 법원 밖으로 나서며 “모든 쟁점은 법정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방침”이라며 “그 방침에 따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차에 몸을 실었다.
2차 공판은 6일 오전 피해자 증인신문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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