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경 대응 예고했지만 몰카 범죄자 처벌 내용 빠져
몰카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 많아..개정안은 국회서 낮잠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정부가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경대응을 예고했지만 실효성을 놓고 말들이 많다. 정부 대응이 불법영상 확산 방지에만 치우친 데다, 악랄하고 지능화된 몰카를 막기엔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무관용 대응’ 비웃는 몰카 범죄
몰카 범죄에 악용되는 드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경찰청은 지난 15일 공동발표문을 내고 악질 몰카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무관용 대응 방침을 밝혔다.
공동발표문에는 △공중화장실 상시 점검 △몰카 탐지기 확보에 특별재원 50억 원 투입 △민간건물, 초·중·고교 화장실 몰카 점검 확대가 포함됐다.
특히 피해자 고통을 최소화하고 불법촬영물이 퍼지지 않도록 유포자를 엄정 수사하는 내용이 부각됐다. 각 부처는 불법 영상물이 신속히 삭제·차단되도록 관계 기관과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 대응이 불법 영상물 확산 방지에 치우쳐 처벌에 관한 내용이 약하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몰카처럼 피해자 의사에 반한 촬영이나 그 결과물을 유포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런데 촬영 대상이 성적인 욕구나 수치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애매한 점 탓에 솜방망이 처벌이 많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해 9월 민망한 차림의 여성 몰카를 인터넷에 유출한 남성에 대해 “특정 부위가 부각되지 않았다” “나체가 아니다”는 이유로 몰카 촬영에 대해 무혐의 판결했다.
이런 허점 탓에 몰카 촬영 및 유포자가 제대로 처벌 받는 경우는 드물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몰카 1심 재판 결과 벌금형,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으로 풀려난 비율은 2014년 90%, 2015년 89%, 2015년 87%, 2016년 86%나 됐다.
정부는 몰카 범죄자를 엄단하기 위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계로 시민 불안만 키우다는 지적이다.
◆진화 거듭하는 ‘몰카의 기술’
누구든 무료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무음카메라 앱 [사진=구글플레이 캡처] |
여름 휴가철이 돌아오면서 몰카 수법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돼 각종 규제가 풀린 드론이 특히 위협적이다.
최근 용산 전자상가에서 만난 드론 전문가들은 “악용하면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드론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어서 기술 발전이 빠르고 관련 규제도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풀리는 편”이라며 “지난해만 해도 초소형 드론은 무게 100g, 크기 1㎝ 내외였지만 올해는 50g, 50㎜대 제품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초소형 드론, 특히 속도를 겨루는 레이싱드론은 비행속도가 빠르고 카메라도 장착돼 있다. 최근 몰카에 악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셔터 소리 없이 상대를 은밀하게 촬영하는 스마트폰 앱 역시 날로 다양해진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는 셔터 소리를 없애고 촬영화면마저 띄우지 않는 무료 앱이 널려 있다. 누구든 공짜로 받아 아무나 몰래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강의 내용을 담기 위해 제작된 ‘착한 앱’들인데 몰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만들고 다운로드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