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이 한국 외교의 근간"임을 강조
중국 외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 전달
美·中을 동시에 염두에 둔 '통합적 외교전략' 일환
'한국형 외교좌표 설정' 위성락 안보실장 지론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에서 워싱턴DC로 출발하던 24일 이 대통령이 파견한 중국 특사단이 베이징으로 향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은 이날 베이징 조어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특사단은 왕 부장과의 회동에서 "이재명 정부는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는 가운데 국익과 실용에 기반해 한·중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외교부는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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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사단장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왼쪽)이 24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5.08.25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관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회담을 하면서 동시에 중국에 특사단을 보낸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 같은 한국의 외교적 행보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정부가 중국 특사단을 일부러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보낸 것은 아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의 일정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날짜가 공교롭게 겹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날짜보다 중국 측에 전한 메시지다. 정부는 한국 외교의 근간이 한·미 동맹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대중국 외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관계에 많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동맹국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전달하고 이같은 원칙 하에 중국과의 외교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는 의지를 설명한 셈이다.
한·미 간 현안을 다루면서 동시에 중국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지론이다. 그는 외교관·국회의원 시절에도 '한국형 외교 좌표' 설정을 강조하면서 동맹국인 미국과 파트너인 중국을 함께 겨냥한 통합적 외교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미국이 3시, 중국이 9시라면 한국은 1시쯤에 좌표를 찍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올인한 이후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해 나가려는 윤석열 정부의 '순차적 접근법'을 비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외교 원칙을 중국에 설명하는 현재의 외교 행보는 이같은 위 실장의 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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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0 photo@newspim.com |
중국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관계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일방적으로 기울면 안된다는 것이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한·미가 오랜 동맹 관계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특사단과 왕 부장 면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설명 자료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뤄져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중국과 한국은 국제 자유무역 체계를 수호하고, 무역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며, 다자주의 이념을 실천하고, 유엔 등 틀 내에서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며 지역 및 글로벌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일방주의에 휩쓸려 중국을 적대하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 측은 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수교 당시의 초심을 잃으면 안된다'는 점을 특사단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문제를 한국이 대중국 외교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단 면담은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 측은 특사단의 시주석 면담 요청에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에 대해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주석이 특사단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