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창립80주년, 호암상에 신경영25주년까지 조용히 치뤄
미래산업 AI, 뒤쳐졌던 투자 "1년 경영공백 메우기"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올해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25주년을 맞이했지만 삼성은 아무런 기념 행사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도 그렇고, 이럴 때일수록 내실 다지기를 우선시하는 삼성의 DNA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출소한 이후 삼성은 창립 80주년, 호암상 시상식 등 굵직한 대내외적 행사가 있었지만 총수 일가는 단 한곳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언론앞에 나타난 곳은 지난달 20일 별세한 LG그룹 고(故)구본무 회장의 장례식이 유일하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 김학선 사진기자] |
삼성은 1993년 이 회장이 '자기 혁신'을 강조한 '신경영 선언'을 한 6월 7일을 매년 챙겨왔다. 신경영 선포 20주년이던 2013년 임직원에서 격려금을 지급하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만찬과 학술포럼을 여었다. 2015년에는 그룹 사내방송에서 특집방송을 실시했고, 2016년엔 사내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에 이건희 회장의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신경영 선언일을 챙기지 않은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2017년부터다. 삼성은 2년 연속 공식행사 없이 기념일을 넘겼다.
이는 삼성을 둘러싸고 정부의 전 방위적 압박이 이어지자 대외적으로 시선을 끌 만한 대내외 행사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삼성 신경영 선언 25주년인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을 가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첫 회의가 열렸다. 이외에도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에버랜드 땅값 조작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등도 삼성을 둘러싼 쟁점들이다.
이에 삼성은 자칫 외부에 빌미를 제공할 잡음은 최소화하되, 이재용 부회장의 1년 공백으로 미뤄왔던 미래 산업 투자 등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할수록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사업적인 역량 확보라는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이 공을 들이는 미래 산업 투자는 인공지능(AI) 분야다. 삼성은 지난 4일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52)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다니엘 리(49) 교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1000명 이상의 인공지능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아 떠들썩한 행사 없이 최대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1년간의 공백이 커 기본적으로 해 오던 것 말고 앞으로 해야할 것, 뒤쳐졌던 것들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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