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전망 보고서 통해 재정지출 확대 제동
"중장기 계획 맞춰 재정 위험 대비해야"
"초과세수, 원칙적으로 국채 상환에 써야"
기재부, 내년 총지출 중기 계획보다 높게 설정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내년 국가 씀씀이를 확 늘리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 재정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안을 내놓은 것.
또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지출을 늘리기 보다 국채를 상환해 재정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초과세수를 끌어다 약 11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기재부의 정책결정과는 다른 제언이다.
KDI는 31일 내놓은 '2018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재정정책은 향후 경기 상황을 파악해 탄력적인 경기 대응 기조를 유지하되 재정 위험 요소를 고려해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또 "중장기 계획에 바탕을 둔 재정지출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예상치 못한 재정 위험요소의 현실화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며 "재정지출 증가 속도가 경상성장률을 과도하게 상회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나라 재정을 확 풀지 말고 중장기 계획 등을 고려해서 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료=기획재정부> |
이와 달리 기재부는 내년 국가 총지출을 빠르게 늘린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 기재부는 지난 3월 공개한 '2019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확장적 재정 운용을 예고했다.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019년도 재정 지출 증가율은 5.7%인데 이보다 높게 가져간다는 것. 쉽게 말해서 내년도 국가 총지출 증가율은 '5.7%+알파'라는 얘기다.
이런 기재부 방침은 현재도 유지된다. 기재부는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 첫번째 안건으로 재정운용방향을 올렸다. 총지출 증가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정하기 위해 의견을 모은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면 기재부는 KDI 권고와는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가게 된다.
정부 재정 운용 방침 관련 KDI 우려는 초과세수 활용에서도 나타난다. KDI 올해 초과세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 목표치 대비 실제 걷은 세금을 보여주는 국세 수입 진도율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29.4%다. 지난해 1분기(28.8%)와 비교하면 0.6%포인트 높다. KDI는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지난해 초과세수가 발생하자 11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을 편성했다. 물론 올해 편성한 추경은 초과세수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 정부가 초과세수를 국채 상환보다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KDI는 "세수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시기에 국가 부채를 상환하면 향후 세수 부족이 발생하면 국채를 발행할 여력을 비축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국가부채의 구조적 증가를 방지하고 재정의 경기 대응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