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과거 남북회담서 소탈·솔직했지만 뒤에선 核개발
산케이 "김정은도 아버지처럼 계산된 모습 연출했을 가능성 있어"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여줬던 소탈한 모습이 계산된 연출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5일 산케이신문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계산된 솔직함을 연기한 김정은'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남북 정상회담이 '세계를 속인 회담'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신문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소박하며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말한 점에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전 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단 둘이 산책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농담을 나눌 정도로 소탈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돌봐주던 숙부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이복형제를 신경가스로 죽인 인물"이라며 "북한 지도자들이 과거 정상회담에서 그랬듯이 김 국무위원장도 '솔직함'을 연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까지 친교산책을 한 뒤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 김정일의 계산된 행동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평양에 방문했을 때 김정일 총서기는 예를 갖췄던 걸로 유명하다. 공항에서 숙소를 향하는 도로엔 50만명의 군중이 모여 붉은 꽃을 들며 환영했다. 순안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차 안, 김 총서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김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한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평양 방문이 실제로는 하루 연기된 것임을 지적했다. 한국 청와대는 당시 "북한이 기술적인 문제로 하루 연기해달라 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한국 정부가 지불하기로 했던 돈의 일부가 김정일 총서기가 지정한 비밀계좌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지원했던 국정원 간부는 "북한이 '약속한 돈을 주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없다'고 전문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김대중 대통령 퇴임 후 이 의혹을 조사했던 한국 특별검찰의 조사기록엔 "김대중 정부가 현대그룹을 거쳐 회담에 앞서 마카오에 있는 김정일 비밀계좌에 4회 걸쳐 송금했지만 4억5000만달러 중 일부가 기재 미스로 기일 내 입금되지 않았다"고 적혀있다. 송금이 완료된 건 방문예정일이었던 12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방문단과 만난 김정일 총서기는 시종일관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방문단을 놀라게 했다.
숙소에 도착한 후 김대중 대통령이 맞이하러 나와준 데 감사를 표하자, 김 총서기는 "기본적인 예의입니다"라며 "제가 대단한 존재도 아니고..."라고 대답했다. 또 다음날 열릴 회담에 대해서도 "간부들이 내가 내일 여기 오는 걸 반대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겠습니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신문은 "후에 판명되기로는 김정일의 행동은 계산된 것이었다"며 "한국으로부터 막대한 현금을 받고, 현대그룹에 특혜를 줘 투자를 받은 북한은 뒤에서는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다"고 전했다.
◆ 산케이 "문 대통령 주의해야"
귀국 후 김대중 대통령은 김 총서기에 대해 "스케일이 크고 솔직하면서 견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은 핵 개발능력이 없다고 단언했었다"며 "김정일 총서기가 핵을 개발한다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발언은 공식기록에 남아있지 않지만 한국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솔직하면서도 예의바른 행동이 그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면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것도 계산된 행동일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그걸 알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추켜세워준다면 이 회담은 '세계를 속인 회담'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고 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