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 28일 정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을 찾은 교육부 공무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즐거운 점심시간이지만, 밝게 웃거나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자신들이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대해 ‘또 하나의 국정농단 사건’이라는 치욕에 가까운 선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국정화에 관여했던 공무원들은 사법처리를 당할 위기에까지 몰렸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정에서 직권남용과 횡령·배임,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각종 불법이 저질러졌다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비밀TF 운영, 국정화 반대 학자 배제, 홍보비 불법 처리 등을 기획·지시하고, 교육부 공무원들이 충실히 따랐다는 내용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지시로 만들어진 조사위가 7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내린 결론이다.
관련자에 대해서는 김 장관에게 수사 의뢰토록 요청했다. 대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교문수석,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25여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두 전직 장관을 비롯해 10여명의 교육부 공무원들도 포함됐다.
2015년 만들어진 국정 역사교과서는 ‘시대 착오’라는 사회적 평가가 내려지며 2017년 5월 폐기됐다. 잘못된 정책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고 정책에 관여한 공무원들까지 ‘적폐’로 낙인 찍어 옷을 벗기고, 감옥에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 ‘성실복종의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은 조직과 상관의 지시에 무턱대고 ‘노(NO)’를 외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기획지시하고, 교육부 장관이 총대를 멘 사안으로, 어떤 공무원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잘못된 정책 추진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이 ‘영혼 있는’ 공무원을 만드는 길이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