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사건, 미투운동 효과로 다시 수면 위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 올라와.."재조사해야"
[뉴스핌=황선중 기자]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MeToo)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14년 전 있었던 한 단역배우의 비극적인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 재조사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보조출연 기획사 반장 등 12명이 한 여성 단역배우를 집단으로 성폭행 한 사건으로, 해당 배우와 여동생 자매가 자살하며 큰 충격을 안겨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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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 재조사' 청원 |
청와대 게시판 등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 A씨는 백댄서로 근무하던 동생 B씨의 권유로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단역배우로 일했다. 그러던 중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결국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A씨는 어머니에게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기획사 반장과 임원들 12명에게 집단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 장씨는 딸을 대신해 성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기획사 관계자 12명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은 한결같이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였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장씨는 "처음에는 진실을 밝히는 게 당연하고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딸이 조사받는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씨에 따르면 담당 형사는 메모뭉치로 책상을 치면서 “이게 사건이 됩니까? 이거 사건 안 된다”고 수차례 말했다.
심지어 피해자 맞은 편에서 가해자들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진술이 반 정도 남았는데 피의자들 얼굴을 보니 힘들다. 가해자 목소리가 생각나고 차에 가두고 협박한 것이 떠올라 불안하고 악몽을 꾼다"고 했다.
결국 A씨는 2006년 7월 고소를 취하했다. 그 후 공인중개사 학원과 수공예 공방에 다니며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되돌아오려 애썼지만, 결국 2009년 8월 34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엿새 뒤에는 동생 B씨마저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B씨는 자신 때문에 언니가 괴로워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후엔 자매의 아버지마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장씨는 홀로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2015년 9월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재판부는 "소송 제기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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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013년 지상파방송 3사는 "2009년 벌어진 '엑스트라 자매 자살 사건'에 연루된 기획사 반장들의 퇴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일했던 기획사는 부도로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12명 가운데 7명은 지금도 다른 기획사의 임원 또는 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황선중 기자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