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활주로에 내리자 안도·환호 박수
서로 어깨 두드리며 "수고했다" 격려 인사
기업·정부, 재입국 불이익 방지·지원 약속
[인천=뉴스핌] 김아영 기자 = "고생하셨습니다."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미국 조지아주에서 구금됐다 풀려난 근로자들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이 이날 오후 3시 20분쯤 활주로에 닿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과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구금 8일 만에 귀국길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 및 협력사 소속 한국인 316명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14명 등 330명이 차례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 |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뒤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5.09.12 yooksa@newspim.com |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지친 얼굴이었지만, 휴대전화를 꺼내 가족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몇몇 근로자는 동료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 많았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입국장 밖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수많은 시민들은 "수고 많았다"며 박수를 보냈다.
![]() |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뒤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5.09.12 yooksa@newspim.com |
가족들과 만난 귀국자들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50대 여성 A씨는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 |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이 귀국을 앞둔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에서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5.09.12 yooksa@newspim.com |
귀국자들은 취재진에게 구금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털어놓기도 했다.
협력업체 한 직원은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열악한 시설에서 8일 동안 옷도 갈아입지 못했다"며 "하루하루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하며 시작됐다. 체류 자격 문제가 불거지며 한국인 근로자 317명, 외국인 14명 등 331명이 일제히 구금됐다. 이들은 포크스턴과 스튜어트 구금시설에 분산 수감됐다가 11일(현지시간) 새벽 석방됐다. 한국인 1명은 영주권 신청을 이유로 현지에 남았다.
석방된 근로자들은 버스 8대에 나눠 타고 430㎞ 떨어진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했으며, 수갑 같은 구속 장치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탑승 절차를 밟았다. 전세기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을 찾은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의료진 등이 함께 했다.
![]() |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시설에 수감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돌아온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맨 왼쪽은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의 모습. 2025.09.12 yooksa@newspim.com |
정부와 기업의 대응도 속도를 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조기에 귀국시키지 못해 송구하다"며 "B-1 비자에 대한 양국 해석 차이가 있었던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체류 자격 제도를 정비하고, 재입국 불이익이 없도록 한·미 간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9.12 aykim@newspim.com |
김동명 대표는 귀국 현장에서 "(현장 직원들과 만날 당시) 마음이 아팠는데 무사 귀환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귀국자들이 안정을 찾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속한 석방과 재입국 보장에 힘써준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사태로 귀국한 근로자 전원에게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9일까지 특별 유급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4주 이내 건강검진과 정밀검사를 지원하고, 심리적 충격에 대비해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해외 국적 근로자들에게는 숙소와 귀국 항공권까지 전액 지원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인력 관리와 안전 대책을 전면 재점검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