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수감 353일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재판부는 “전형적인 정경유착 모습을 찾을 수 없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이씨를 겁박해 (중략)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의 상고 방침으로 최종심이 남아있지만 이로써 1년 가까운 삼성그룹의 경영공백 상태가 해소되는 계기를 맞았다.
이번 재판은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본 1심과 달리 삼성그룹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한 부정청탁은 존재하지 않았고 권력의 강요에 의해 뇌물이 공여되었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그동안 지적됐던 특검의 무리한 기소 방침이 허물어 진 것이다. 이번 선고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권력의 강요에 의해 기업이 뇌물 제공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정치권력과 기업 경영간의 ‘협력과 긴장“이라는 상호 모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가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대신 사욕을 채울 목적으로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뒤를 봐주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서는 안될 일이다.
기업도 생존을 위해 권력 앞에 몸을 숙이거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등의 행위는 결국 기업 자신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앞으로 특검과 삼성은 상고심을 맞아 증거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이겠지만 일반 국민들의 시선에는 경제에 대한 우려와 정치에 대한 냉소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삼성은 특히 심기일전, 경영혁신과 글로벌 경영에 매진해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기 바란다.
사법부는 이번 재판이 한국의 정치와 경제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가 될 것이란 점을 깊이 인식해 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상고심이 지체없이 진행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의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