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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리포트] 인터뷰 옌이펑 동물보호처장 '교육과 제도 소통이 관건'

기사입력 : 2017년11월08일 16:24

최종수정 : 2017년11월08일 17:47

모든 구성원 배려한 교육과 제도가 관건
동물보호, 동물뿐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 '최시원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대만의 반려동물 문화와 제도의 차이를 절감한 기자는 타이베이 동물보호처를 직접 방문, 옌이펑(嚴一峯·사진) 처장을 만나 인류와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 방안에대해 얘기를 나눴다.

옌이펑 처장은 인터뷰에서 대만의 반려동물 제도와 시스템 운영 현황에 대해 상세하면서도 친절한 설명을 해줬다. 그는 반려동물은 현대사회에 있어 하나의 생활문화현상이라며 제도정비와 사회적 교육 및 관리시스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주민과 동물이 모두 안전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기자: 반려동물 가정과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대만 사회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대만이 이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옌이펑 처장(이하 옌 처장) : 소통과 교육의 강화, 전담 기관의 설립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건물과 차량이 늘어나면서 동물과 인류의 생존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인류와 동물의 충돌과 갈등도 늘어난다.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을 대만 사회도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대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동물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동물 사무를 전담할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2010년 여러 기관으로 분산된 동물관련 사무를 통합하고, 동물보호처가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을 전담해 관리하도록 했다. 동물보호처라는 통합 기관이 동물의 종합적 관리부터 동물약품·사료 원료·수의사·반려동물 관련 사업체 관리 및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무를 전담함으로써 효율을 제고할 수 있었다.

또한 동물보호처가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홍보를 통해 반려동물 가정의 올바른 사육을 유도하고, 동시에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시민들이 동물에 대해 필요 이상의 경계심을 갖고 오해하지 않도록 양측의 소통과 교류를 확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만도 과거 동물관련 시설을 설치하려면 많은 시민의 반대에 부딪히곤 했다. 이때 동물보호처가 나서 현지 주민을 설득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반려동물을 위한 제도와 시설이 결코 동물과 주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동물과 모든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도모하는 방법임을 알려줬다.

일례로 동물 전용 공원 혹은 운동장을 설치하려면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격리 구역이 동물을 사람과 차량 등으로부터 분리해 서로의 안전과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무조건 반대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한 결과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현재 타이베이에는 2개의 동물 전용 공원과 2개의 운동장이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수를 늘려갈 방침이다.

기자: 동물과 시민의 행복한 공존, 시민의 안전과 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와 규칙, 그리고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나?

옌 처장: 동물보호처는 동물의 생로병사의 전 과정 관리·감독을 추구한다. 동물의 행복 추구권은 물론 시민의 안전까지 모두 고려한다. 동물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전 과정을 동물보호처가 관리함으로써 동물로 인한 사회문제와 갈등을 최소화하고, 동물의 복지를 향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번식장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 동물의 출생 단계에서부터 관리에 들어간다. 특별한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가정 번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규칙이 적용된다. 동물 매매 등록과 가정견의 중성화 수술 의무이다.

우선 번식장에서는 모견을 등록하고, 매년 출생한 강아지를 보고하는 규칙을 제정하고 사업장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고 있다. 동물보호처는 반려동물사업협회와 협정을 맺고, 합법한 동물의 매매 과정을 신고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동물보호처는 개인의 동물 보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사후 관리를 진행할 수 있다.

기자: 한국도 반려동물 등록제 등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등록률이 예상만큼 높지 않고, 유기견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문제가 생기고 있다. 동물보호처의 반려동물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옌 처장: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 번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2000년부터 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가정 사육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은 의무다. 이를 위한 비용은 동물보호처가 차등 지원한다. 

이같은 조치를 통해 2000년부터 약 7만여 마리의 가정 사육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약 49만 마리의 불필요한 동물의 출생을 예방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 등록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동물보호처는 '반려동물 등록 정보망'을 마련하고, 방역당국·민정국 주민관리 부처 등 타 기관과 협업해 '동물방역정보망 광견병예방 주사 관리 시스템','호적관리 시스템','민간 수의사 진료관리 시스템'을 연결했다. 

이러한 시스템 연동으로 주민이 이사를 가더라도 언제든지 반려동물 사육 현황과 인식칩 이식, 중성화 수술 그리고 광견병 예방접종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타이베이 소재 강아지의 인식칩 이식 비율을 80~90%(사망 동물 수치 제외)에 달한다. 고양이의 인식칩 이식 의무 규정은 2016년도부터 시행돼서 동물 등록 비율이 이보다 낮은 40~50% 수준이다. 현재 토끼 등 기타 반려동물의 인식칩 이식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판단해 제도화를 유보하고 있다.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 혹은 구매한 후 중성화 수술 등록이 되지 않으면 모두 4차례에 걸쳐 경고장이 발송된다. 4차례의 경고에도 중성화 수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동물의 위생과 검역 관리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가정 사육 동물의 광견병 예방주사 접종 현황을 파악하고, 매년 접종시기가 도달하면 개별적으로 통지서를 발급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러한 제도와 규정이 완벽하게 집행 혹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집행력을 강화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를 위해 해외의 관련 제도를 학습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불법 번식장, 인터넷 매매 등 제도와 집행의 허점을 노린 불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독도 강화하고 있다. 동물의 불법 번식과 매매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 제도 도입이 가장 대표적이다.

기자: 타이베이동물보호처가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와 사회 실현을 위해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타이베이 동물보호처가 운영하는 '도그&캣 학교' 수업 소개 포스터

옌 처장: 교육과 시민과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 기관은 2012년부터 반려동물 교육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초보 반려동물 가정을 위한 사전 수업', '프렌들리 도그 프로젝트', '동물과 함께 하는 캠핑'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운영해오고 있다. 

2015년부터는 타이베이 10개 구의 평생교육원과 협력해 '도그&캣 학교'를 운영, 무료로 시민들에게 올바른 반려동물 사육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주인들이 동물에 대해 이해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올바르게 동물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동물 외출 예절 교육 클래스'를 마련, 반려동물을 대동해 외출 시 사육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과 주의사항,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한 사육자의 자질 제고와 의식 향상은 동물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동시에 동물을 기르지 않거나 동물을 좋아하지 않은 시민을 대상으로 한 소통과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타이베이 시립 교향악단과 함께한 야외 음악회, 교통관리 부서와 버스협회와 함께한 반려동물 버스 타기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고, 동물과 시민이 모두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자: 한국이 반려동물에 관한 갈등을 해소하고, 인류와 동물이 모두 행복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형성할 수 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옌 처장: 이번 유명 스타로 촉발된 이슈와 갈등은 오히려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다고 본다. 영향력이 큰 유명 인사들이 앞장서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수립을 위한 캠페인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소통이다. 초등학교 등 공공 교육 기관에서부터 생명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서로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구축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른 국가의 상황을 분석하고, 한국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관도 일본·미국 등 선진국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대만 사회에 적합한 제도 수립을 연구하고 있다.

반려동물 제도는 반려동물, 사육자 그리고 비 사육자를 모두 고려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 단순히 목줄을 안 하는 경우 벌금을 대폭으로 상향하고, 동물의 산책을 제한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사건 사고를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갈등과 문제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사육자에게 올바른 사육 방법을 제시하고, 비 사육자에 대해서는 동물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소통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주동적인 역할 그리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대만은 이를 통해 반려동물을 위한 제도 수립과 인프라 구축이 결코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일단 서로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구축한 이후에는 동물복지를 위한 제도를 추진하는 것도 훨씬 쉬어진다. 타이베이동물보호처는 2016년 부터 '프렌들리 애니멀 스페이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반려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오락시설·공공장소·숙박시설·교통시설 등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이번 계기를 통해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할 것으로 믿는다. 

2006년에 조성된 타이베이 잉펑동물 공원. 10,000 제곱미터 규모다.<사진=타이베이 동물보호처 제공>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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