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비상걸린 AI파동, 크리스마스까진 버틴다지만...
[뉴스핌=전지현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계란값이 치솟으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성수기를 맞은 제빵·커피프랜차이즈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재고로 버틸 수 있다해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당장 내년초부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AI파동으로 가장 큰 여파를 걱정하는 곳은 제빵업계.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크리스마스·연말 등이 몰린 12월 케이크 매출은 다른 달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높고, 1년 전체 케이크 매출의 15%를 차지한다. 12월은 케이크 한개 만드는데 계란 3개~4개가 사용되기 때문에 계란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뚜르 크리스마스 아이스크림케이크 5종(사진 좌) 및 카페베네 크리마스마스 케이크(사진 우). <사진=각사> |
그나마 대기업의 경우 일정기간 농가와 계약을 맺고 계란을 공급, 크리스마스까진 미리 비축한 재고물량을 통해 버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빠르면 내년 초부터 원활한 제품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계란가격이 오르며 원재료 비용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출하정지조치 등 양계농가 문제로 향후 제품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계란은 대체제도 없고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수량에 문제가 생기면 재고로도 해결할 수 없다. 하루하루의 상황을 놓고 속단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읍소했다.
더군다나 제빵업계는 올해들어 원자재 불안정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업체들이 우유재고 증가에 따라 시행한 원유감산 대책으로 생크림 생산량을 줄이면서 공급량을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부터 발생한 생크림과 버터 품귀현상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5년간 가격 변동없는 밀가루값 인상설도 꾸준히 제기되는 중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우유가 지나치게 많이 남는 탓에 물량조절의 일환으로 감산정책을 실시한 만큼 ,시간이 지났다고 상황이 변동될 수 없다"며 "줄어든 물량상황은 지난 여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물량확보 조치를 통해 잘 견뎌왔지만 계란구입가도 높아지는 등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재료비 한두개 올랐다고 제품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커피프랜차이즈업계도 계란파동의 심화여부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최근 이들 업계는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및 베이커리군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계란이 베이커리 필수재료 중 하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매출 중 12월 케익매출이 5~8%를 차지하는 엔제리너스의 경우 이번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해 일반케익 2종과, 나뚜르를 통해 '아이스크림케익 5종'을 출시한 바 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크리스마스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다행히 아직까지 납품받는 업체로부터의 전달 사항이 없지만, 1월부터는 확보한 물량이 있더라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전체 식품군 중에서 계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매뉴가 50%에 달하고, 이디야커피는 베이커리품목 31종 중 23종에 계란을 사용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베이커리 비중이 전체매출 중 10%를 차지한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전체 매출로 따지면 베이커리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계란사용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지금상황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따라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