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K-컬처밸리 투자비 당초 계획보다 40% 증액…북미 공략 본격화
[로스엔젤레스(미국)=뉴스핌 함지현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유니버설스튜디오. 마이클베이 감독의 작품으로 유명한 영화 '트랜스포머'관에 들어서자 마치 비밀기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물씬 든다.
군복을 입은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통로를 거쳐 기다림 끝에 3D안경을 끼고 놀이기구에 올랐다. 잠시후 안경 너머 보이는 장면을 극대화하는 의자의 움직임과 바람·물 등 특수효과까지 겹치자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의자에 앉아있기만 할 뿐인데도 오토봇과 디셉티콘 간 치열한 전투의 한가운데 놓여졌다.
눈 앞까지 날아온 미사일을 잡으려고 손을 뻗은 찰나 뜨거운 바람과 함께 미사일이 터져버렸고, 사람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새 이 대결의 끝까지 함께한 기분이 든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등 콘텐츠 산업 선진국에서는 테마파크를 활용해 관객들이 스스로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의 주인공이 된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콘텐츠의 생명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CJ그룹이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고양시에 이같은 체험형 한류 콘텐츠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케이(K)-컬처밸리'. 한류 콘텐츠를 소비·유통·확산시킬 테마파크로, '한국형 유니버설스튜디오'라는 게 CJ의 설명.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직접 체험한 것을 놓고 보면, 이곳의 성공 가능성도 커 보인다.
K-컬처밸리<사진=CJ> |
CJ는 K-컬처밸리를 한류 콘텐츠를 최첨단 기술로 구현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꾸릴 예정이다. 예를들어 판옥선 형상의 기구에 탑승하면 영화 '명량'의 한 장면이 펼쳐지는 식이다. 바다 위 파도를 느끼며 역사 속 인물이 돼 명량 속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단순 탑승기구 위주의 구성을 넘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미디어 콘텐츠 결합 체험형'으로 발전한 모델이다.
세계 테마파크 양대 산맥인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영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입힌 탈 것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국내 대형 테마파크들은 여전히 단순 탑승기구 중심의 유원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대부분 30년 이상 된 오래된 시설로 전반적으로 세계적인 트렌드에 뒤쳐져 있다는 점과 상반된다.
CJ는 이같은 K-컬처밸리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투자비를 당초 계획했던 1조원보다 40% 늘어난 1조4000억원으로 증액했다.
다만 K-컬처밸리가 당장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만큼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CJ 관계자는 "테마파크는 투자 회수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고 관람객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한류가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K-컬처밸리 준공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CJ는 K-컬처밸리 이전부터 체험형 콘텐츠에 힘을 쏟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감체험상영관인 4DX다. 4DX는 영화 장면을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진동이 발생한다. 또 물이 튀는가 하면 향기효과도 제공한다.
CJ는 현재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영국, 러시아, 멕시코 등 전 세계 41개국에 268개 상영관에서 4DX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2018년 말까지 북미 지역 내 리갈 시네마에 17개 4DX를 추가 설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영화 종주국임을 자처하며 새로운 상영관에 대해 보수적인 북미 공략까지 본격화한 셈이다.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다양한 효과로 영화에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이 콘텐츠는 해외 유명 영화 제작진이나 배우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4DX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영화포멧에 맞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싶어졌다"며 "앞으로 4DX를 고려한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CJ는 이같은 체험형 콘텐츠가 한류의 글로벌화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테마파크는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소비 플랫폼이고 4DX는 해외에 한류를 퍼트리기 위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전세계인이 일상 속에서 K컬처를 즐길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