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감소, 재고급증, 가격경쟁격화 영업난 최고조
[뉴스핌=홍우리 특파원] 과도한 재고 부담으로 중국 에어콘 업계가 올여름 최악의 시장 부진을 겪을 전망이다. 판매량 제고 등을 위해 올 한해 가격 전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간 공방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는 현재 제품 다양화와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한 소비자 만족도 개선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지=바이두(百度)> |
◆판매량 감소에 재고량은 급증, 기업 부담 커져
과거 이맘때면 각 에어콘 업체들은 에어콘 판매 성수기 물량 확보를 위해 대량 생산에 돌입하곤 했다. 그러나 시장 수요가 예전만 못하고 재고 압박이 커지면서 올 한해는 예년과 같은 풍경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쑤닝(蘇寧)이 시장조사기관인 중이캉(中怡康이 공동 발표한 '2016년 중국 에어콘업계 백서(백서)'에는 중국 에어컨 업계가 올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에어콘 업계의 불황은 지난해부터 가시화 했다. 거시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부동산 시장 파동과 날씨변동 등이 에어컨 시장에 충격이 되어 판매량이 감소했다.
남방일보(南方日報)가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에어콘업계의 전체 판매액은 1374억 위안(한화 약 25조9300억원)으로 동기대비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소매판매량은 동기대비 1.1% 감소한 4170만대로, 특히 오프라인 시장규모가 동기대비 8.2% 줄어들며 1235억 위안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량 감소는 에어콘 업체들의 실적을 끌어내렸다. 거리(格力)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3분기 매출액은 815억2300만 위안으로 동기대비 17.16% 줄어들었고, 메이디(美的) 실적 역시 예상치를 밑돌았다.
심각한 과잉생산과 재고부담은 업계의 최대 골칫덩어리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업계의 재고량은 이미 40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연간 에어콘 판매량에 맞먹는 규모다.
◆ 가격인하 효과 ‘미미’, 경쟁사간 기술 공방전도 치열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계가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가격인하다. 업계 선두기업인 거리가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업계 전체의 가격전을 유발했는데, 이로 인해 작년 에어콘시장의 평균 가격은 동기대비 4.5% 가량 내렸으며, 일부 기종 가격은 2014년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중이캉 통계 결과 나타났다.
각 업체들의 경쟁적인 가격인하에 더해 원자재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에어콘 가격이 꾸준한 하락세를 연출 중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시장 수요가 크게 위축된 탓에 에어콘 업계가 혼란국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백서는 지적했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간의 기술 공방전도 격화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초 중국 에어콘 업계 '맏형'격인 거리와 메이디는 각각 상대방의 프로젝트에 기술적 허점이 있다며 설전을 벌였다. 지난달에는 거리와 메이디 직원들이 실명으로 상대 기업이 각각 2014년, 2011년 수상한 '국가과학기술진보상' 프로젝트에 오류가 있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은 춘제(春節, 음력 설)를 앞두고 더욱 가열되며, 거리와 메이디 모두 상대방 직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주하이(珠海)시 샹저우(香洲)구 인민법원과 포산(佛山)시 순더(順德)구 인민법원이 각각 두 개 소송건을 처리 중이다.
◆ 시장분화현상 두드러져
최근 중국 에어콘 시장에서는 브랜드별·판매루트별·지역별 분화특징이 두드러지고 있다.
브랜드별 특징을 보면, 거리·메이디·하이얼 등 중국 로컬 브랜드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해외 브랜드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재 로컬 3대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돌파한 반면, 해외 브랜드의 점유율은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함께 지역별로는 1·2선급 중대형 도시의 에어콘 시장이 포화상태에 진입한 가운데, 3·4선 소도시가 업체들의 새로운 공략대상이 되었다. 또한, 오프라인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메이디와 하이얼·즈가오(志高)·아오커쓰(奧克斯, AUX) 등 대형 업체들은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판매망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가전제품 소비열기가 식고, 온라인 판매망의 경우 저기술 제품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 이를 통한 에어콘 소비의 폭발적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또한 고기술 제품 또한 3·4선 도시로 확대되면서 에어콘 업계의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에어콘 업계가 기술혁신과 서비스 강화를 통한 활로를 모색할 때라고 지적한다. '백서' 역시 각 생산업체가 제품구조 업그레이드를 통한 제품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면서 시장혁신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공급체인·판매채널·제품·서비스 측면에서 혁신을 추진 중이다. '공장-판매채널-소비자'라는 전통 공급모델에서 탈피해 '소비자-수요-체험-제품'이라는 신형 C2B 모델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고, 온도·습도·공기청정기능 등이 일체화한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업계는 올해 에어콘 시장 판매액이 전년보다 2% 가량 감소한 1340억 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온프라인 판매액은 동기대비 5.1% 감소한 1173억 위안, 온라인 판매액은 동기대비 20% 증가한 167억 위안가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특파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