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 책임자들 기득권 고집에 개혁 헛바퀴
[뉴스핌=이승환 기자] 국유기업 개혁이 부진한데 대해 이례적으로 중국 경제 전문 매체가 기업 책임자들의 무사안일을 성토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유부문 책임자들의 무기력과 무책임 때문에 국유기업 개혁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채 계속 헛바퀴만 돌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국 경제참고보는 4일 “절벽에 내몰릴 때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국유기업 경영자들의 나태함으로 인해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며 “당국이 한걸음 한걸음 직접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2013년 11월 18기 3중전회에서 중국 성장 침체의 돌파구로 국유기업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유기업에 민간 자본을 도입하는 혼합소유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수합병, 전면적인 상장 추진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국유기업 개혁은 좀처럼 진척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동종 기업간 인수합병과 간간히 이뤄졌을 뿐, 혼합소유제 등 민간 자본 도입방안이 각 분야의 이해 충돌에 막혀 표류하고있는 상황이다.
<사진=바이두(百度)> |
경제참고보는 현재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개혁과 관련해 삼불(三不)상태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국유기업 책임자들이 개혁을 원하지 않고(不願改), 개혁을 두려워하고(不敢改), 개혁할 능력도 안되는(不能改)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신문은 먼저 일부 국유기업 책임자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해 개혁에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심지어 개혁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동부연안 지방정부의 국유기업 개혁 관계자는 “개혁과정에서 국유기업 경영자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반면, 실제로 만나본 이들은 자신의 파이가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서부의 한 국유기업에 대한 혼합소유제 개혁을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 책임자가 고의로 구조조정 작업을 방해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기업 내부인사들은 이 책임자가 과거 기업 내부에 자체적인 상납 체계를 구축해 기업 내부이익을 가로채 왔다고 고발한 상태다.
신문은 이와 함께 국유기업 책임자들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과오가 들어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참고보가 인용한 중국 지방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유기업의 수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중앙으로부터 임명된 사람들이다”라며 “정해진 임기가 없는 이들은 업무에 대한 책임이나 목표보다는 현상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유기업과 당국의 호흡이 맞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한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고, 당국과 기업간의 소통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선양(沈陽)의 한 국유기업 책임자는 “회사 운영 자금이 부족해 민간 자금을 도입하려 했지만 이에 따른 심사와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포기한 상태”라며 “국유기업들이 시장에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국유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나의 개혁 프로젝트가 심사되고 그 결과가 나오기 까지 최소 1년반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린무시 랴오닝대학 경제학원 당서기는 “국유기업 개혁은 현재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상태”라며 “막대기라도 건져내기 위해서는 당국과 기업간의 관계를 확실히 정립하고 철저한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