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 규정 위반 단속 예고, 지준율 인하로 경기 부양 본격화
[뉴스핌=강소영 중국전문기자] 지난 주말 중국 금융당국이 '채찍과 당근'으로 시장의 완급 조절을 유도했다. 증시의 이상 과열을 막아 완만한 상승장을 유도하는 한편 경기 경착륙 방어를 위한 신속한 대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증감회 증시 과열 '경고' , 시장 긴장에 곧바로 '달래기'
지난 16일 장위쥔(張育軍)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 주석비서실장은 중국 증권업협회에서 증권사를 소집해 신용·대주 거래 업무 현황 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 주석비서실장은 앞으로 증권사의 신용·대주 거래 업무에서 규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경고했다.
하루 뒤인 17일 증감회·상하이증권거래소·선전증권거래소·중국증권투자펀드협회가 공동으로 '대주거래 발전을 위한 관련 방침'을 발표하자 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명목상으로는 신용·대주거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증시의 신용거래 단속 강화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긴장했고, 일각에서는 주식을 팔 때가 도래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이런 현상은 특히 외국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증감회의 신용거래 단속 의지 천명에도 16일과 17일 A주는 연이틀 2%가 넘게 상승하며 4300포인트 돌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17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선 FTSE차이나A50지수가 6%나 폭락했다.
FTSE차이나A50지수는 영국 파인앤셜타임스와 런던 증권거래소가 공동 소유한 FTSE 그룹이 중국 A주중 상위 50개 종목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거래된다. FTSE차이나A50지수는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이 A주 전체 시총의 33%에 달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에 투자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다.
독일 등 유럽과 미국 주가지수도 중국의 주식시장 신용 거래 규제 소식의 영향으로 17일(현지시각)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가 예상외의 충격을 받자 18일 증감회는 증시를 억압할 계획이 없다며, 시장의 '과민 반응'을 경계했다.
단호한 목소리로 시장에 엄포를 내놓더니, 곧바로 다시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 증권당국의 이 같은 모습은 증시 과열은 저지하면서, 완만한 상승장을 연출하려는 정책 방향을 시사한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증시 활황세는 달가운 현상이지만, 레버리지(차입투자) 비중 확대에 따른 가파른 상승장은 시장 거품을 형성할 수 있어 방관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우리나라의 예탁결제원에 해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증시의 신규 계좌 개설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3%가 늘어난 795만 개에 달했다.
중국 광발(廣發)증권과 화태(華泰)증권은 "증감회가 우려하는 것은 레버리지 비중의 지속적 확대다. 만약 시장이 감독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차입에 의존해 주가지수를 4500포인트까지 올린다면, 감독 당국은 또 다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이 정부의 '제스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증감회가 시장 완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감회는 어렵게 활기를 되찾은 A주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 거품 형성은 예방하는 방향으로 감독을 지속해 나갈 전망이다.
리리펑(李立峰) 국금(國金)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감회가 중국 주식 시장을 감독하는 데 있어 최저 기준은 '활황장'"이라며, "증감회는 증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감독·관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준율 기습 인하, 확고한 경기부양 의지 보여줘
중국 금융당국의 시장 달래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9일 오후 인민은행이 기습적인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발표한 것. 인하폭도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1%포인트에 달했다.
이로써 20일부터 중국 상업은행의 지준율은 기존의 19.5%에서 18.5%로 낮아지게 됐다. 구조조정, 삼농(농민·농업·농촌) 및 수리 토목 건설 사업 지원 차원에서 20일부터 농촌 금융 기관과 농업발전은행에 대해서 각각 추가로 지준율을 1%포인트와 2%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혹은 농업 대출 은행에 대해서는 지준율을 0.5% 인하하기로 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후 불과 사흘 만에 경기부양 카드를 제시한 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시장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약 1조 5000억 위안(약 264조 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중국 정부의 확고한 경기부양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1분기 거시경제 '성적'은 시장의 예상대로 저조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에 그쳤다. 먼저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여전히 1% 수준에 머물렀고, 수출입은 큰 폭으로 줄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증폭됐고,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커졌다.
중국은 19일 지준율 인하를 단행, 시장의 기대와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평안증권은 지준율 인하폭이 시장의 기대보다 컸다면서, 이번 조치가 시중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기업의 융자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정이 우려됐던 증시에도 먹구름이 걷혔다. 한푸링(韓復齡) 중앙재경대학 금융증권연구소장은 "지준율 1%포인트 인하로 은행권의 기업 대출 규모가 약 7000억~8000억 위안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증시에서는 은행주 등 대형 우량주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대응에 고무된 시장은 추가 부양 정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준율 추가 인하와 금리인하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위기다.
관칭유(管淸友) 민생증권 연구원장은 “올 한해 외국환평형기금이 전혀 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이 경우 중국의 올해 기초통화는 약 2조 위안이 부족하게 된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최대 1조 5000억 위안의 자금이 풀릴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5000억 위안이 부족하다. 금융당국이 지준율 인하 카드를 다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