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 줄었지만 강도 쎄져…세무당국, 올해 14조 더 징수키로
[뉴스핌=이강혁 기자] 국내 기업들이 최근 세무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에도 강도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일부 기업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로펌업계는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나름의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 세무조사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LS 역시 특별 성격의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기세무조사가 시작된 곳도 여럿이다. 한화를 비롯해 삼성생명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제약업계와 가구업계 세무조사도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 조사 대부분은 해당 기업들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에 따라 다소 유연해졌던 세무조사가 올해 들어서는 현장중심 체제로 전환되면서 더 강화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입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무당국은 올해, 지난해보다 14조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 특히 비자금조성, 편법 상속·증여 등 대기업·대자산가의 변칙적 탈세 등에 대해 엄정한 법해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기업들에게 합법적인 절세라는 것은 세무당국이 얼마나 유연하게 관련 서류를 들여다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관련업계는 말한다. 똑같은 자료를 놓고도 당국의 법해석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추징세액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도,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조사가 강화된 측면이 있어 경영상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된 또다른 기업의 관계자도 "이전보다 자료요구에 대한 강도가 쎄졌다는 게 대응 부서 실무자의 말"이라며 "부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추징금을 부과받은 기업들 대부분도 이런 맥락에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3000억원이 넘어가는 대형 과세가 거의 없어졌지만 기업의 이의신청 등 세금 볼복 진행은 그만큼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는게 로펌업계의 설명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의 세무사는 "세입 달성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앞으로 기업 조사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추징 쪽으로 방향이 바뀌면 세수 확보의 성과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로펌업계는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세무당국에 대한 대관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컨설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로펌 관계자는 "한해 이루어지는 세무조사 건수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그 강도까지 약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업 고객들의 추징세액 불복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