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산업 적극 육성, 시장규모 2020년 17조원 전망
[뉴스핌=강소영 기자] 한국의 '고려 인삼'을 따라잡기 위한 중국 인삼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제약회사의 인삼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중국산 인삼 제품의 고급화를 위한 브랜드 구축 전략도 확대되고 있다.
23일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중국 제약사가 한국 인삼에 대적할 '중국판 정관장' 만들기에 나섰다며, 고속 성장 중인 중국 인삼시장의 현황과 관련 업계의 동향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판 정관장' 만들기를 선언한 기업은 중국 샹쉐제약(香雪制藥). 이 기업은 최근 완량창바이산인삼시장(萬良長白山人參市場)과 손을 잡고 본격적인 인삼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샹쉐제약은 시가총액 1조 5354억 원(87억 위안) 규모의 대형 제약사다. 완량창바이산인삼시장(萬良長白山人參市場)은 중국의 인삼 집산지인 지린성(吉林省) 푸쑹현(撫松縣)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인삼 거래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인삼은 중국 전체 거래량의 70%를 차지한다. 인삼 가공 능력을 갖춘 대형 제약사와 품질 좋은 인삼 자원을 보유한 두 기업의 협력은 중국 인삼산업 업그레이드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샹쉐제약은 완량창바이산인삼시장과 협력을 통해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 일대에서 재배되는 양질의 인삼을 확보하게 됐다. 최근 백두산에서는 수령 150년의 산삼이 발견돼 133만 위안(약 2억 3473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샹쉐제약은 올해 7월에도 완량창바이산인삼시장(萬良長白山人參市場)에 5000만 위안을 투자해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 백두산 인삼 브랜드화, 정관장에 도전장
샹쉐제약이 확보한 백두산(창바이산) 인삼은 산에 인삼 씨를 파종해 야생상태로 재배하는 산양산삼이 주를 이룬다. 수령은 통산 15년 이상이다. 5~6년산 노지 인삼이 주를 이루는 한국산 인삼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인삼 전문가들도 "홍삼을 위주로 하는 한국의 고려인삼은 먹으면 몸에서 열이 나지만, 백두산 산양산삼은 숙성이 아닌 건조 인삼이기때문에 중국 전역에서 사계절 내내 복용하기 적합하다"며 우리의 상식과 다른 견해를 근거로 자국산 인삼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샹쉐제약은 특히 한국의 정관장과 같은 고급 브랜드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전문 인력과도 손을 잡았다. 샹쉐제약과 제휴를 맺은 완량창바이산인삼시장 산하의 푸쑹창바이산임삼시장발전유한공사의 기술 총감은 인삼업계의 베테랑 한국인 박석하씨로 알려졌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박석하씨는 20년간 정관장 등 한국 유명 인삼기업과 일해온 전문가로 인삼기업의 경영과 관리, 선진 설비와 기술 도입, 브랜드 구축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한국추월 고급시장 장악위해 정부 지원강화
최근 몇 년 중국 제약업체의 인삼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성(益盛)약업·즈신(紫鑫)약업·야타이그룹(亞泰集團)·광둥 캉메이(康美)약업 및 베이징 중국의약(中國醫藥) 등 제약 대기업은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 일대 인삼재배 기업에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 밖에 수십 개 기업이 인삼을 직접 재배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하거나 인삼재배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이 인삼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중국 인삼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자국 인삼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와 달리 약용으로 쓰이던 인삼이 건강보조 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국의 인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인삼 경작 기술, 가공 기술, 기업 경영 기법은 우리나라에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고부가가치 시장은 한국, 일본 등에 내주고 세계 최대의 인삼 생산국인 중국은 저가로 팔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중국 인삼업계는 한국의 인삼 산업 벤치마킹과 인삼 재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인삼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2010년 인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창바이산(백두산) 일대 15개 현을 인삼 주산지로 지정했다. 지린성은 이를 통해 인삼 산업 규모를 2010년의 100억 위안에서 2020년까지 1000억 위안(약 17조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에서 인삼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1000억 위안 달성 계획이 3년 이상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 인삼업계가 한국에 뒤지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지원과 기업의 기술연구 개발이 이어지면 한국 인삼업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조업, IT 산업의 사례를 볼때 중국 인삼업계가 단시간에 한국을 쫓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인삼업계는 한국 인삼산업을 학습과 연구의 대상은 물론 경쟁 대상으로 꼽고 추격에 속도를 내고있다.
자국의 인삼 산업과 관련된 기사를 보도할 때도 '한국의 고려인삼에 도전장', '한국의 정관장 만들기' 등의 한국 인삼 산업을 의식한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중국 인삼업계가 방대한 생산량을 기반으로 고급 브랜드 구축에 성공하면 중국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에서 한국 인삼업계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과 한국 인삼의 수출 지역은 유사하다. 한국산 인삼은 고가 시장을, 중국산 시장은 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중국 인삼업계는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을 서두르며 한국 추격을 이어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