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 중심 닛케이 ETF에 자금 밀물, 토픽스 ETF는 썰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시행으로 일본 기업의 이익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한편 가계 소득과 내수 경기는 위축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이 같은 엇박자가 점차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 일본 증시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흐름도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일본 금융시장 지표[출처:신화/뉴시스] |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수출주로 구성된 데 반해 토픽스 지수는 중소형 유통주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부양책에 엔화가 급락,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호조를 이루면서 관련 ETF로 자금이 홍수를 이루는 반면 실물경기가 여전히 하강하는 가운데 내수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ETF는 한파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31일 BOJ가 예상밖의 부양책을 단행한 이후 엔화가 7년래 최저치로 밀렸고,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일본 경제는 1.6%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예상과 달리 침체로 빠져들었고, 이는 수출 기업의 이익 성장과 별도로 내수 경기가 냉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USAA 인베스트먼트의 에이미 에스피 펀드매니저는 “일본 경제 전망은 잿빛인 데 반해 증시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주식시장 역시 우울한 결말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미토모 미츠이 트러스트 뱅크의 세라 아야코 전략가는 “아베노믹스의 수혜를 얻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는 데 반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소외되고 있다”며 “부양책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세 번째 화살’이 정책자들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9월 일본의 임금은 전년 동기에 비해 0.5% 상승했다. 이는 6년래 최대폭의 상승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소득은 2.9% 하락, 15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몸집이 큰 수출 기업이 성장성을 강화하는 데 반해 내수 기업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주가 밸류에이션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19.1배에 거래되는 데 반해 토픽스 지수는 15배 내외에 그치는 실정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