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걱정하더니 내년 친환경차 지원은 늘려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정부가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시기를 2021년으로 연기하자 일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30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을 2020년말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많은 차량구매자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적은 차량구매자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대상은 승용차 및 10인승 이하 승합차(3.5t미만)로 신차 구매시 1회 적용된다.
정부는 연기 이유로 전문연구기관의 연구결과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소비자·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큰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꼽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감축은 향후 6년간 당초 목표량인 160만t의 35%에 불과한 56만4000t에 불과한 반면 생산은 최대 1조8908억원, 고용은 최대 1만7585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전기차·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제감면으로 재정수지도 최대 3117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정부는 이런 연구결과를 감안해 부담금 부과는 유예하되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기술 개발을 촉진하기로 했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유예해도 수송부문에서 평균 온실가스·연비기준을 강화하고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보급 확대 등을 통해 보완하고 불가피하게 모자라는 부분은 타 산업에서 노력해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탄소배출권 저감을 달성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을 유예하되 내년부터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차가 정부가 설정한 기준인 100g/km에 딱 걸린다는 점이다. |
그러나 정부가 현대기아차 등 일부 대기업을 위해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유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내년부터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유예하는 대신 CO2 배출량이 100g/km 이하인 하이브리드차 구매시 보조금 1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소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차(K5 하이브리드)의 하이브리드차 CO2배출량이 100g/km다.
또 정부는 제도 유예 이유로 프랑스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었는데 프랑스는 제도 시행후 자동차 생산 순위가 후퇴하고 수출도 상당한 감소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같이 글로벌 시장 대상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는 대형차, 하이브리드차 등 여러 차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야 해당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제도를 시행할 경우 차량 기술개발이 지연될 수 있고 생산 감소라든지 가동률 저하로 고용률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얘기다.
즉 애초의 제도 시행 목표인 탄소배출량 감축보다는 이에 따른 일부 대기업의 매출 감소를 염려해 제도시행을 유예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세제감면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를 이유로 제도를 유예하면서 내년부터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환경운동연합 등 5개 환경단체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탄소차 협력금제 연기 결정은 경제 이익과 기후변화 대응 둘 다 포기하는 것"이라며 "산업계는 당장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에 눈이 멀어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다가는 변화된 시장을 쫓아가지 못해 자멸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