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뼈 아픈 노래 3 - "너라는 숙명이 두려워"

기사입력 : 2014년03월26일 08:00

최종수정 : 2014년03월05일 15:48

1979년 겨울.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고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그때 그녀와 난 아무 이유 없이 처음으로 헤어졌다. 우리는 대학 4년 내내 그랬다. 헤어지고 나면 아픔이 수습되지 않아 우울하게 한두 학기 견디다가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하면 그때마다 그녀는 약속장소로 나와주었다. 빙긋이 서로 웃으며, 새로운 시작을 하곤 했다.  

10월 26일 휴교령 이후, 여늬 학생들처럼 나도 기숙사에서 쫒겨나 있었다.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며 빈둥거리고 있었다. 막 배운 당구를 밤늦도록 치기도 했고, 군대로 떠나는 친구 환송 술파티에서 <입영전야>를 함께 목청껏 부르기도 했다.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창비서적, 러시아 혁명사, 헤겔의 정신현상학 서문 등을 읽었고, 선배 자취방에서 시대의 불의에 대해 두런거리는 낮은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철학과 선배를 만나 막걸리를 푸며 니체나 맑스 얘기를 들으면 철학에 뛰어들고 싶어졌고, 싸르트르나 까뮈를 읽으면 문학을 파고들고 싶어졌다. 그러면서도 불쑥불쑥 다가오는 불안감과 막연함, 진정되지 않는 분개심 같은 것들이 가슴을 짓누르곤 했다. 그녀는 내게 먼저 연락을 취하는 적이 없었다. 내 마음을 담은 숱한 편지에도 답장 한 장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그녀를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끔찍한 애틋함을, 어떤 강박이 나를 휘몰아쳐, 자학하듯 부수려 했는지....

그해 12월 어느 날 저녁, 부평의 작은 지하 맥주집에서 우리는 만났다. 술을 안 마시는 그녀를 위해 테이블엔 주스도 놓여 있었다. 나는 헤어지자는 말을 하러 간 것이 아니었다. 정말 보고 싶었고, 그냥 같이 있기만해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 도사려있는 불안감. 깨끗한 그녀가 왠지 나로 인해 불행해질 것 같은 인정하기 싫은 예감. 정체 모를 벽이 그녀와 나 사이에 가로놓여있다는 막연한 초조가 술 취해가는 나를 엉뚱하게 몰고 갔다. 한마디만 따스하게 나를 위로하고 안심시켜 주었더라도, 나는 이내 기분을 돌이켜 그녀와의 애틋함 속으로 잠겨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그런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랑의 초보였다.

“그럼 끝내자. 헤어지자”
울먹이다시피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오자, 당황한 빛을 띤 그녀가 다급하게 내 뒤를 따라나섰다.
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부평역 부근 담벼락 옆, 눈이 수북히 쌓인 공터에도 하얀 눈발이 퍼붓고 있었다. 시베리아 같다고 내가 말하자,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그녀의 손을 쥐어 내 바바리 주머니에 넣어도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널 만나는 것이 어쩐지 숙명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그 숙명이란 것이 난 두려웠어”
그런 말도 그녀는 내게 했고, 사실 우리 사이에 화해의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무엇에 휩싸여 나는 불화의 길을 고수하고 있었는지....다음엔 자기가 청주에서 날 기다릴 차례라고도 했는데, 그 말 역시 무심 속에 묻어두었다. 함박눈은 계속 내리고, 우리가 꼭 붙어 걷는 발길엔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아련함 속에 자박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비틀거리며 오래 걸었다.

그녀는 자기 집에 바래다 달라고 했다. 이런 말 할 줄 모르는 인색한 여자가 내 마음을 감동케 하는 말을 눈물 나도록 자꾸 던지고 있었다. 그녀의 집 앞. 나보고 먼저 가라는 그녀를 기어코 우겨 집에 들여보내고 뒤돌아 나선 길, 모든 것이 달라 있었다. 그녀의 집 담 곁, 눈이 펑펑 쏟아지는 극치의 아름다움 속에, 허무의 진공이 확 뚫려 있었다. 쓰러질 것 같았다. 비틀거리며 몇십 미터 걸었을 때, 가로등이 서 있었다. 그 불빛을 받으며 무수한 꿀벌의 윙윙 소리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하얀 눈발. 가로등 조명 아래, 전신주에 무너질듯 기대 마냥 차오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여론조사] 금투세 '내년 1월 시행' 34.6% vs '폐지·2년 더 유예' 43.2% [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국내 주식과 펀드·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연간 5000만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올린 경우 20%~25% 세율로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관련, '폐지 및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이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10%포인트(p) 가까이 높게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가 25일 공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2~23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진행한 설문 결과,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34.6%, '폐지해야 한다'는 23.9% 응답률로 집계됐다. '2년 정도 더 유예해야 한다'는 19.3%, '잘 모름'은 22.3%였다. 여야는 당초 지난 2023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다시 25년 시행으로 2년 유예했고, 현재 정부여당은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당내에서도 의견이 하나로 일치되지 않은 상태다.   성별로 살펴보면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남성이 34.9%, 여성은 34.3%로 비슷하게 조사됐다. 반면 '폐지해야 한다' 의견은 남성 29.4%, 여성 18.4%로 남성에서 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2년 더 유예' 의견도 남성이 21.5%, 여성이 17.1%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만 18세~29세의 경우 내년 1월 시행 33.5%, 2년 더 유예 16.6%, 폐지 29.9%로 집계됐다. 30대는 내년 1월 시행 36.0%, 2년 더 유예 17.9%, 폐지 29.1%로 응답했고, 40대는 내년 1월 시행 37.9%, 2년 더 유예 22.3%, 폐지 24.0%로 나타났다.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데 가장 높은 찬성을 보인 세대는 50대로, 내년 1월 시행 41.0%%, 2년 더 유예 19.9%, 폐지 24%였다. 70대 이상에선 잘모름이 44.9%로 가장 높았고, 내년 1월 시행 23.8%, 2년 더 유예 20.8%, 폐지 10.5% 순으로 기록됐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진보 진영 지지층을 중심으로 금투세 시행에 높은 긍정평가를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은 내년 1월 시행 45.5%, 2년 더 유예 14.9%, 폐지 22.4%로 응답했고,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내년 1월 시행 44.3%, 2년 더 유예 22.4%, 폐지 17.5%로 응답했다. 진보당 지지층의 경우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66.4%로 압도적이었으며, 2년 더 유예는 6.2%, 폐지는 13.9%로 집계됐다. 반면 국민의힘과 무당층(지지정당 없음)에선 금투세 시행과 관련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소폭 차이를 보이며 유사하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내년 1월 시행 26.6%, 2년 더 유예 22.3%, 폐지 26.1%였으며, 무당층은 내년 1월 시행 27.8%, 2년 더 유예 21.1%, 폐지 24.7% 였다. 개혁신당 지지층의 경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9.1%로 가장 높았고,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21.3%, 2년 더 유예는 26.1%로 집계됐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 성향의 정당은 금투세 시행에 긍정적 응답이 많은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여당과 보수 성향의 정당은 시행보다 폐지하자는 응답이 비슷하거나 높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정부는 금융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금투세 폐지보다는 시행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의 찬성이 높아 정부의 금투세 폐지 관철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2.9%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yunhui@newspim.com 2024-07-25 06:00
사진
인터파크커머스·AK몰도 정산 지연 공지…큐텐그룹으로 확산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티몬·위메프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같은 큐텐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의 정산도 중단됐다. 31일 인터파크커머스는 전날 저녁 입점 판매자 대상 공지를 통해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인터파크쇼핑, 인터파크도서, AK몰은 최근 발생한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영향으로 인해 판매대금 정산을 수령하지 못했고, 일부 PG사의 결제대금 지급 보류 영향으로 판매대금 정산 지연이 발생하게 됐다"고 안내했다. 전날 인터파크커머스 판매자 공지. [사진=독자 제공] 이어 "지금 이 시각까지도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파트너사 정산에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부득이하게 판매대금 정산 지연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진심으로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임직원은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2022년 9월 티몬, 작년 3월과 4월에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이어 올해 2월 위시를 인수하고서 지난 3월 온라인쇼핑몰 'AK몰'도 사들였다. 앞서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AK몰, 인터파크 쇼핑, 인팍쇼핑을 포함한 인터파크커머스 플랫폼의 판매 대금은 독립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정산 지연 이슈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판매자들에게 공지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AK몰도 내부 직원들의 전언에 의하면 정산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김남근 의원 질의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mkyo@newspim.com 2024-07-31 10:3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