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최근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대만 정치인의 입국을 금지시키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럽 각국에 대만 인사들의 입국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입국 허용은 유럽과 중국의 관계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가디언이 이 사안에 정통한 유럽 외교관과 당국자 6명을 취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작년 11~12월에 유럽 각국 관계자들을 만나 대만 정치인 입국과 관련된 '법적 조언'을 전달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외교부는 자신들도 이러한 조언을 받은 국가 중 하나라고 확인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베이징 주재 각국 대사관이나 유럽 현지 중국대사관을 통해 '데마르슈(공식 항의 또는 의견 전달)'를 전달하면서 "유럽 국가나 유럽연합(EU) 기구들이 대만의 총통이나 부총통(전직 포함)의 입국을 금지하는 정치적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유럽 국가들이 대만이 발급한 외교 여권을 인정하지 말아야 하며, 대만 인사들의 입국을 허용해 중국의 레드라인을 짓밟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지난해 11월초 대만의 샤오메이친 부총통이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열린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 주최 비공식 회의에서 연설하고, 앞서 9월말에는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이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 안보 포럼에 참석해 연설한 일 등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됐다.
중국 측은 "비자 정책에 관한 유럽 측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제도적 결함으로 대만 정치인들의 빈번한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며 "샤오메이친은 유럽의회 건물에서 '대만 독립'이라는 분리주의자들의 주장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대만 관리들이 벨기에와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리투아니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등을 방문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 방문들이 "중국과 EU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특히 외교 문서에서 EU의 법과 규정을 인용했는데, 그중 하나가 솅겐 국경 규정(Schengen Borders Code)이었다고 한다. 이 규정은 비(非)EU 국적자의 입국 조건으로 해당 인물이 회원국의 "국제 관계에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가디언은 "중국의 주장은 대만 관리의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 해당 유럽 국가와 중국 간의 국제 관계를 위협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유럽은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입국 허가는 오로지 영국의 법과 이민 규정에 따라 결정되며 대만에서 오는 여행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각종 강압적 조치와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이 세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EU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협하며 유럽의 국제 관계를 훼손하는 진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행동은 규탄받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가디언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EU는 대만의 지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과는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만과도 의회 외교와 무역을 통해 견고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유럽 국가와 EU는 대만에 비공식 대사관 역할을 하는 무역 사무소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