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유럽 관문…부채문제등 여파 적지않아
[뉴스핌=주명호 기자] 루블화 급락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정치적 불안이 도화선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났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치나 경제적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 여파가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번져나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면서 향후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 EU·러시아 잇는 관문 역할…막히면 양측 모두에 타격
유럽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양측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따라 이들이 받을 경제적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25%를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량의 절반은 우크라이나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데, 만약 무력 충돌 등 사태가 악화돼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유럽의 기업 및 가계는 당장 에너지 폭등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도 경제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과는 달리 국제경제 의존도가 커진 까닭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일 "러시아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모든 (제재)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높혔다.
미국뿐만 아니라 EU 등 서방국가와도 경제적 단절이 예상돼 러시아 수출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존 베일리 전 러시아주재 미국대사는 "10년 전에는 러시아의 국제경제 의존도가 높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 부채 문제 전이 우려 높아…곡물가격 파동 가능성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부채로 인한 경제 위기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와의 관계 대신 러시아를 선택한 배경에는 조건 없는 차관 제공(150억달러 규모)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EU가 차권 제공 조건으로 내걸었던 경제 개혁 조치들은 친러 선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갈등이 확산돼 유혈사태로까지 번지며 반러시아 목소리가 높아지자 러시아는 차관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디폴트 우려도 급격히 커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만 13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졌으며 내년 말까지 상환해야 할 외채도 16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가 디폴트에 빠지면 러시아에게도 큰 악재다. 이미 우크라이나에 빌려준 자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베르방크 등 러시아 은행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기업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28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 및 옥수수 생산국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전화에 휩싸일 경우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우크라이나 공포…신흥국 전체로 확산될 수 있어
올해 초 아르헨티나의 경제 불안으로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자 다른 신흥국들도 줄줄이 통화가치 급락세가 이어졌다. 이후 터키 리라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이 페소화의 뒤를 따르며 신흥국 전체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이런 신흥국 경제위기가 우크라이나로 인해 다시금 찾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불안정이 전체 신흥국에 대한 리스크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신흥국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둔화된 성장세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발 공포가 커지면 신흥국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급격히 줄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