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이름 딴 '회장님 표' 브랜드 마케팅도 인기
[뉴스핌=조윤선 기자] 최근들어 중국 IT, 금융을 비롯한 각 산업 분야의 쟁쟁한 재벌 기업가들이 경쟁적으로 '농업 경영'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CCTV재경채널이 주최한 포럼에서 자사 키위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회장.[출처=바이두(百度)] |
12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11일 중앙TV(CCTV) 재경채널이 주최하는 포럼에서 IT업체 레노버(聯想 Lenovo)의 류촨즈(柳傳志) 회장이 직접 자사의 키위 제품을 홍보하며 판촉에 나서는 등 유명 기업인들이 농업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IT업계의 대부 류 회장 뿐만 아니라 민생(民生)은행 둥원뱌오(董文標) 회장까지 해산물 사업 진출을 선언, 중국 매체들은 '류타오(柳桃 류촨즈 회장의 키위)'에 이어 '둥창위(董槍魚 둥원뱌오 회장의 참치)'가 곧 출시될 것이라고 전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둥 회장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서비스를 통해 농업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며 "해산물 산업의 금융 서비스 체인을 구축하고 농업부와 공동으로 5000척의 원양어선을 건조하는 사업에 3년간 1000억 위안(약 17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둥 회장은 또 "지난 2001년 금융산업부를 설립한 후 추진한 해산물 사업에서 참치가 주요 사업 내용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중국 왕이넷(網易·163.com) 창설자인 딩레이(丁磊) 회장이 2008년 양돈사업에 진출한 후, 지난 5년간 중국 농산물 시장에는 '류타오'를 비롯해 담배업체 훙타(紅塔)그룹 회장이었던 추스젠(褚時健)이 생산한 오렌지인 '추청(褚橙)', 부동산 업체 SOHO차이나의 판스이(潘石屹) 회장이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선 사과 제품 '판핑궈(潘蘋果)'에 이르기까지 재벌 회장님들의 이름을 딴 과일들이 속속 출시됐다.
앞서 지난 5월 레노보는 그룹 산하에 농업 투자와 경영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자워그룹(佳沃集團)을 통해 블루베리 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 투자가 전도 유망하다는 것이 시장의 보편적인 인식이나, 사실 농업 투자는 단기간내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기업들의 투자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2008년 야심차게 양돈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던 딩레이 회장의 '왕이돼지(網易豬)'는 당시 돼지고기 가격 급등과 부적절한 시장 진출 시기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출시하지도 못한 채 사업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레노버도 블루베리와 키위를 출시했지만, 향후 10년간은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류촨즈 회장은 "농업 투자에서 당장에 수익을 거둘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농업 사업은 장기적인 투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또 "현재 중국 농업은 기계화와 과학적 재배 수준이 뒤쳐지며 농민이 소규모의 토지를 경작하는 소농경제(小農經濟)에 의존하고 있다"며 "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 11월 열린 18기 3중전회에서 당국이 농업의 기업화 경영과 농업 현대화 실현에 기업 자본 참여를 장려하고 나서 향후 중국 농업의 성장성을 더욱 밝게하고 있다.
하지만 영세하고 분산된 중국의 농업 구조를 현대농업식인 규모화 양식과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연초에 발생한 상하이황푸(黃浦)강에 6600마리가 넘는 죽은 돼지가 나타난 사건과 매년 북방지역의 배추가 판매되지 않고 적체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도 영세하고 낙후된 농업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류촨즈 회장은 "소농 경영에서 현대 규모화 경영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은행의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무원발전연구센터 한쥔(韓俊) 부주임은 중국의 농업 금융개혁 속도가 더딘점을 지적하면서, 3중전회에서 농민이 토지 이용권을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토지개혁안이 제시됐지만, 이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