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감서 “법인세 과세표준, 장기적으로 단일화가 바람직”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뉴스핌DB) |
더구나 기재부가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명목세율보다 10%p(포인트)나 낮은 12%대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현 부총리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3단계 누진세율인 현 법인세를 단순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의 질의에 "중장기적으로 단일세율로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행 법인세 제도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에 10%, 2억~200억원에 20%, 200억원 초과에 22%의 법인세율을 각각 부과한다. 참여정부 시절까지 1억원 이하 13%, 1억원 초과 25%의 2단계로 나뉘어져 있던 법인세는 이명박 정부 때 현행과 같이 3단계로 쪼개졌다.
그런데 정부가 법인세율을 단일화하게 되면 중소기업의 부담은 높아지는 대신 대기업의 부담만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상위 10대 기업의 경우 각종 감면 혜택을 제하고 실제로 적용되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12.9%로 법정세율(22%)보다 낮은 반면, 중소기업의 실효세율(12.1%)과 차이도 크지 않아 단일화할 경우 중소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이 대기업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이명박 정부 때 경제활성화 위해 법인세를 인하했는데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대기업들이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보고 있고 있다”며 “법인세에 관해 여러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단일세율에 대한 이야기가 적절한 문제제기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현재 대기업 우선적으로 돼 있는 법인세 자체를 개편해야 하는 것이지, 세율 체계를 개선한다고 조세형평성이 제고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의 법인세율 단일화 발언에 대해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반발도 뜨거울 전망이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법인세 과표구간을 단일화하면 중소기업 세율은 올라가고 대기업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업이 부담하는 22%로 단일화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중소기업은 10%만 부담하고 있는데 대기업 부담은 줄여주고 중소기업 부담은 늘리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인세율 단일화를 주장하는 측에선 현재 누진적 구조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분재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단계 이상의 법인세 세율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벨기에, 미국 등 3개국 뿐이다. 대다수(23개국)가 단일세율을, 8개국이 2단계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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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기준 OECD 국가별 법인세 세율구조(지방세 제외, 자료=기획재정부, OECD) |
이상길 기재부 법인세제과장은 “법인세율 자체가 소득재분배 기능이 아니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소득세는 형평성 때문에 누진적으로 적용하지만 법인세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단일화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과세소득의 규모를 기준으로 차등적 과세를 하는 데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명목상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조치로 인식되지만 중소기업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고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과세소득의 규모를 기준으로 중소기업∙대기업을 구분하는 것도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입되는 자본 단위당 수익률이 매우 낮은 기업도 대규모 기업이라는 이유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 역시 문제”라며 “이는 기업을 분할해 소규모로 운영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찬반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기재부는 일단 법인세 과세표준을 단기간 내에 단일화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의 답변은 법인세율 체계에 관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국제적 기준에 합당한 정책방향에 관해 언급한 것으로서, 단기적인 시각에서 법인세율 체계를 조정하는 의미의 언급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