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통적으로 미국 국채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 기대치와 정부의 신뢰도에 대한 평가 등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채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와 코메르츠뱅크에 따르면 특히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지난 5월 이후 연준 불확실성이 국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개 은행은 별도로 시행한 조사에서 최근 몇 개월 사이 미국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원인이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라는 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들이 단기물 국채 대신 장기물 국채를 매입할 때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의미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정책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수록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국채시장의 움직임을 가늠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큰 장기물 국채에 대해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BIS는 최근 미국 장기물 국채 상승이 경제 지표 개선이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상승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과거 1994년과 2003~2004년 국채시장 매도 공세와 차원이 다른 얘기라는 주장이다. 당시 국채 ‘팔자’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정책 금리의 상승 기조에 따른 것이었다.
반면 최근 수익률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저조한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본질적인 원인이 다르다는 얘기다.
코메르츠방크 역시 올들어 장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이 연준의 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안감에서 초래된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악사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 이고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준의 선제적 가이드가 시장과 정책자들의 소통을 더욱 투명하게 하고, 불확실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연기에 따라 국채 수익률이 내림세를 보였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투자자들이 정책 리스크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