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굵직한 경제지표 발표가 부재한 가운데 미국 국채가 장중 널뛰기를 연출했다.
장 초반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연기에 따른 안도감이 이어졌으나 정책자들 사이에 내달 이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번지면서 투자심리가 다시 냉각 조짐을 보였다.
유로존에서는 은행권의 장기저리대출금 상환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후퇴, 독일 국채가 하락했다.
주말로 예정된 독일 총선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bp 하락한 2.738%에 거래됐고, 30년물 수익률도 4bp 내린 3.765%를 나타냈다.
2년물 수익률이 1bp 내렸고, 5년물 수익률도 1bp 하락했다.
장 후반 수익률 낙폭이 축소됐지만 주간 16bp 하락해 2012년 6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날 세인트 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내달 회의에서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양적완화(QE) 축소에 대한 의견이 좁혀진 데다 하반기 미국 경제가 회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달 테이퍼링이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 내부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역시 이달 테이퍼링 연기에 따른 신뢰 타격을 우려하며 벤 버냉키 의장의 결정을 비판했다.
BNY 멜론 캐피탈 마켓의 댄 멀홀랜드 트레이딩 헤드는 “경제 지표 향방에 따라 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여전히 열린 상황”이라며 “당분간 지표 흐름에 따라 국채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엣지 USA의 데이비드 로빈 채권 전략가는 “짧은 안도 후 시장은 다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향후 연준의 행보와 일드커브의 움직임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연준의 테이퍼링 연기에 상승 흐름을 탔던 독일 국채가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bp 상승한 1.94%에 거래됐다. 하지만 주간 기준 수익률은 3bp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원국 내주 은행권의 대출금 상환이 79억1000만유로(107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한 데 따라 독일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
여기에 9월 유로존 소비자신뢰가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안전자산 ‘팔자’에 힘을 실었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리처드 맥과이어 채권 전략가는 “은행권의 ECB 대출금 상환이 예상밖으로 대규모를 기록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독일 국채 수익률이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스페인 10년물 수익률이 2bp 내린 4.30%에 거래됐고,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은 4.29%로 보합을 나타냈다.
이번 주말 열리는 독일 총선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 연정의 승리가 점쳐지는 가운데 총선 결과가 금융시장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샤란 오하겐 전략가는 “독일 총선 결과가 유로존 금융시장의 리스크 스프레드를 축소할 것”이라며 “예상대로 메르켈 총리가 승리할 경우 주변국 국채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