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9개 달했던 나스닥 상장사, 1개만 남아
[뉴스핌=백현지 기자]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었다. 한때 9개사에 달했던 나스닥 상장 한국기업들이 줄줄이 상장폐지를 결정, 현재 1개사 밖에 남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나스닥 상장 유지비용이 코스닥에 비해 훨씬 많은 연 10억원에 이르는데다 자금조달 효과 등도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나스닥시장에 DR(주식예탁증서)을 상장한 한국 업체는 그라비티 1개사뿐이다.
지난 1999년 미래산업을 필두로 두루넷, 이머신즈, 하나로텔레콤, 웹젠, 리디스테크놀러지, G마켓 등 2000년대 중반까지 IT기업을 중심으로 나스닥 입성이 잇따랐다. 벤처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코스닥에 비해 2배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이로 인해 자회사나 투자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이유로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유지비용 부담과 거래부진 등으로 하나 둘씩 나스닥에서 빠져나왔다. 기업회생절차신청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두루넷을 제외하고라도 2007년에는 하나로텔레콤이 상장유지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로 나스닥 상장 국내 1호 기업인 미래산업도 지난 2008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등록 취소를 신청했다. 온라인게임업체 웹젠은 ADR이 2010년 해외시장에서의 총 거래량의 약 1%에 불과해 나스닥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나스닥에 남아있는 그라비티의 지난 1년간 주가 수익률은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39.77%였다. 나스닥 지수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전혀 영향을 못받았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나스닥 시장의 상장 유지비용은 10억원에 가깝다. 반면 자금조달 효과는 비용 쓰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간단하게 말해 국내기업이 나스닥에 가는 게 실익이 없다"며 "코스닥과 나스닥을 단순 비교한다면 밸류이에이션이 높을 수 있지만 상장 유지비용까지 생각하면 나스닥에 이름을 걸어둔 것만으로도 인건비를 제외하고 1년에 5억~10억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기업을 심사하는 한국과 달리 증권사가 나스닥 상장을 결정하기 때문에 나스닥 상장기업은 코스닥에 비해 상장유지비용이 더 많다. 또 나스닥 상장기업은 혜택은 크지 않지만 주가부양과 거래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IR활동을 해야한다.
이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 바람이 불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상장을 도와주는 부티크도 싹 없어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우리투자증권 ECM본부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IT업체가 상장시 비교 그룹이 없어 밸류에이션 책정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 100원인 물건을 미국에서 1만원에 팔 수 없는 것처럼 같은 기업이라면 궁극적으로 가치가 같아지기 때문에 굳이 나스닥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