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위해 기업공개 해야하지만 강제성 없어
[뉴스핌=노종빈 기자] 국민연금과 손잡고 거액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일부 인프라투융자회사들이 법에 규정된 기업공개 의무를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8%대 후반의 높은 최소운영수입(MRG)을 보전받고 있어 투자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당국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 민자고속도로 최소수익 8.5% 보장 '황금알'
현재 거래소에 등록된 인프라투융자업체의 경우는 지난 2006년 3월 상장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유일하다.
이를 제외한 여타 업체들은 기업공개를 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경영 상황이나 재무구조 등을 알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현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인프라투융자사업자는 주식이나 수익증권 상장을 통해 기업 공개를 하도록 돼 있다.
고속도로와 같은 사회기반 시설에 투자해 통행료 수입을 챙기는 것은 공공성이 높고 그만큼 경영 투명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공개되면 이 회사의 주식은 유가증권 거래소 등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사고팔수 있게 되며 또한 경영진의 현황이나 정확한 자산규모, 순익변동, 계약체결 내용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 민간투자법, 인프라업체 기업공개 규정화
이 가운데 국민연금과 함께 민자고속도로 운영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은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와 다비하나인프라펀드자산운용 등이 있다.
이들은 현재 8%대 후반의 높은 MRG를 보장받고 있다. 즉 이들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수입이 일정 기준에 못미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게 된다.
발해인프라는 국민연금과 국민은행 등 17개의 주주사들이 총 1조200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또한 다비하나의 경우도 하나은행과 프랭클린템플턴, 국민연금,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8개 보험사 등 총 15개사가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발해인프라투융자가 대략 6대 4로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신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MRG 수익률은 8.65%에 달한다.
또한 국민연금과 다비하나인프라투융자가 86대 14로 지분을 보유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일산-퇴계원)의 경우도 MRG 수익률은 8.51%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이들에게 보전된 국고 MRG 지원규모는 신대구부산간 고속도로 567억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416억원 수준이며 보전된 국고도 매년 늘어날 수 있다.
최근 3년물 국채 이자율이 3%대 중반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들은 시장 금리의 2~3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실효성 없는 법 조항 '모순?'
현행 민간투자법 제41조의 8항에는 이같은 투융자회사 및 투융자신탁의 집합투자업자는 상장요건을 갖추게 됐을 때, 그 주식 또는 수익증권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를 지체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조항은 입법적, 행정적 모순으로 인해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 상으로는 이들 업체들이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이행토록 할 실효성 있는 방안은 없기 때문이다.
법 내용을 살펴 보면 인프라투융자회사들은 자본시장법의 상장 요건을 갖추게 된 때에 상장 절차를 진행하도록 돼 있으나, 회사들은 굳이 나서서 상장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 기회를 상장을 통해 개인들에게 나눠줄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이같은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조항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정부 당국의 대응도 미온적이긴 마찬가지다. 이들 회사는 현재 경영 공시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정부 당국으로서는 상장요건을 갖췄는지조차 전혀 파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상장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와, 상장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회사 경영진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챙기는 인프라 사업자의 경우 공공성이 높아 상장 요건만 되면 상장해야 된다는 것이 맞다"며 "이들 회사가 상장 요건이 안됐거나, 감독기관이 관리책임을 소홀히 한 경우를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인프라투융자 회사들은 공모펀드가 아닌 사모펀드 형태"라며 "사모펀드의 경우 주주수 50명 이상의 주식 분산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서 상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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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