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국토해양부가 토지수용과 관련된 입법이 좌절되자 울상을 짓고 있다.
국토부는 자신들이 지지했던 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워 보이자 법을 개정하지 않고 그냥 현행법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수용시 토지 가격을 감정하는 감정평가업자를 누가 어떻게 추천하느냐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현행 법 규정은 공익사업으로 토지를 수용할 때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업자 2인 추천하게 돼 있고 토지소유자는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추가로 1인을 추천할 수 있게 되어 있다(현행 '2+1'방식).
토지 보상가격은 이들 3개 업자가 평가한 각기 다른 3개의 감정평가가액을 받아서 이를 산술평균해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자는 보다 낮은 값에 토지를 사들이려 하고, 토지소유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토지를 보상받으려 한다. 따라서 시행자가 2인을 추천하고 토지소유자는 1인만 추천하도록 돼 있는 현행 법은 사업시행자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행 법체계 상으로는 토지수용 절차 및 토지평가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토지를 수용당한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반발성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7일 열린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4차 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3개의 해결책이 논의돼 눈길을 끌었다.
먼저 한나라당 윤영 의원은 현재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가 각각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하게 하는 것을 폐지하고 중립성이 있는 제 3의 기관에서 감정평가업자 2인을 추천하는 방식('2+0'안)으로 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안이기도 하다.
같은 당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은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가 각각 2명씩의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하는 '2+2'안을 제시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의원은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그리고 시군구청장이 각각 1명씩의 감정평가업자를 추천하게 하는 이른 바 '1+1+1'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같은 사안에 대해 다양한 입법안이 제출된 것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한 민원이 수없이 많이 제기돼왔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국토위는 결국 박기춘 의원 안인 시군구청장이 추천하던 것을 광역자치단체의 장이 추천하는 것으로 바꾼 '1+1+1'수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채택, 의결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법안이 사실상 토지소유자에 유리하도록 역전된 것('1+2'안)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즉 '시군구청장'을 '광역단체장'으로 대체했다고 해도 선출직인 단체장이 결국 토지소유자의 입김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날 소위에 참석한 국토부 한만희 제1차관은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토지소유자의 추천제도를 폐지하자"며 "제3의 기관에서 감정평가업자 2인을 추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영 의원의 안과 동일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최규성, 백재현, 김진애 의원 등이 나서 강력히 비판 의견을 내놓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도 정부의 제3자기관이 추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자 한 차관은 '2+0'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행 규정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겠다"고 발뺌했다.
정부는 현행법 규정에서 토지소유자의 감정평가업자 1인 추천제도가 오히려 감정평가업자들의 영업활동 과열 등으로 인해 감정평가액이 부풀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로비 등 부정부패와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감정평가가 지연되면서 사업지연으로 이어지고 토지보상 비용도 상승하게 돼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토지를 수용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높은 데도 법 규정대로 이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또 토지수용에 포함되지 않는 주변 지역 땅값은 오히려 폭등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 문제는 일단락돼 법사위로 넘어갔지만 정부 측이 의원들을 충분히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나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안의 경우 일정상으로 시급한 것은 아니어서 서둘러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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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