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노종빈 기자] SK, GS, 르노삼성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경정비업체, 즉 카센터들이 사실상 불법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형수퍼마켓(SSM)으로 동네상권을 장악한 대기업들이 이제는 대표적인 영세업체인 카센터 영업으로까지, 그것도 편법과 불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온 것이다. 이번에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된 기업은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와 GS넥스테이션의 오토오아시스, 르노삼성의 AS전문업체인 SS오토랜드 등이다.
수원시는 지난 5월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에 대해 자동차관리법 위반에 대해 개선명령을 내렸으나 SK 측이 이에 불응해 사업정지 처분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인지도와 매출액에서 업계 1위를 자랑하는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는 이른바 '점장'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용역 사업자들과 이면계약을 맺고 자동차 정비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용역사업자가 각각 별도의 사업자 등록을 한 뒤 SK네트웍스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마치 이 회사 정규직원인 것처럼 가장해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제57조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하게 하는 행위와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점용하게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수원시의 법령 해석 요청에 대한 질의 회신을 통해 "자동차관리사업(정비업)의 위탁운영 수탁자인 점장은 별도의 무등록 영업자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관리법에서 사업장의 임대와 점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정비 하자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정확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사업에는 정비업, 매매업, 폐차업(자원재순환업)이 포함된다. 정비업에는 공장이라고 일컫는 종합과 소형(시설과 규모, 대상자동차의 종류에 따른 구별), 원동기수리업(B2B를 전문으로 하는 엔진수리 업체), 부분정비업(일반 카센터) 4가지로 나뉜다. 이번에 적발된 스피드메이트와 오토오아시스, SS오토랜드 등은 모두 부분정비업에 해당된다.
◆ “대기업카센터, 정직원 아닌 용역 활용해오다 적발”
수원시 자동차관리팀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사업을 하려면 사업자 등록시 시설 및 장비, 인력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일부 사업자는 시설과 장비는 갖추고 있으나 인력은 정직원이 아닌 용역을 활용해오다 적발됐다"고 말했다.
뉴스핌이 입수한 ‘경정비 위탁운영 용역 계약서’에는 “SK네트웍스주식회사(이하 ”갑“이라 한다)와 -(이하 ”을“이라 한다) 간에 “갑”이 지정하는 경정비점의 운영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경정비 위탁운영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고 돼 있다.
이어 “본 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을”은 자신이 “갑”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경정비 위탁운영 용역을 위탁받은 독립된 계약 당사자로서의 신분을 갖는 것이며 “갑”의 직원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확인한다”고 규정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하게 하는 행위와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점용하게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 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을”의 약점을 이용해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수원시는 국토부의 회신내용을 근거로 개선명령을 내렸으나 이에 불응한 SK네트웍스에 대해 12월 2일부터 30일간 사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원시내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 자동차 정비사업장은 다음달 2일부터 31일까지 30일간 서비스가 중단될 전망이다.
SK네트웍스 측은 현재 수원시 결정에 반발, 행정소송 등을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 법적인 행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며 "법적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회사측의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SK네트웍스와 함께 행정처분을 받은 GS그룹의 GS오토오아시스의 경우 개선명령을 수용한 후 가맹점 체제로 전환했다. 또한 르노삼성차 AS전문업체인 SS오토랜드 역시 용역사업자들을 정규직원으로 고용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는 만약 다음달 사업정지 기간동안 SK네트웍스가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등록취소 처분까지도 내릴 방침이다. 수원시 자동차관리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 관련 행정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에 질의한 결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수원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불법행위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라고 말했다.
다음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면계약서를 이용해 영세사업인 카센터업계로까지 진출해 전횡을 일삼는 대기업 카센터들을 행정관청에 고발해 시정명령을 이끌어낸 제보자와의 인터뷰다. 뉴스핌은 제보자 보호를 위해 실명을 쓰지 않고 익명(A씨)으로 처리한다. A씨는 이번에 적발된 대기업을 다닌 전 회사원으로 오랜 기간 사내에서 관련업무를 담당해왔다.
■ “자동차 정비업계의 불법운영과 열악한 현실 알리기 위해 제보 결심”
- 대기업들의 불법영업을 고발하게 된 이유는.
▲ 자동차 정비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현재 대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카센터 사업은 정규직을 고용하지 않고 용역직 점장들이 운영하도록 하고 있어 불법이다. 이런 가운데 점장들에게 과도한 실적부담과 비용전가,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제보하게 됐다.
-대기업 카센터 용역직 점장들의 현실은.
▲ 열악한 조건에서 대기업 직원인 것처럼 근무하고 있으나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회사는 용역계약이기 때문에 내일이라도 해지 통보하면 그만둬야 한다. 이 같은 조건에서는 정비사들의 인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
-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는.
▲ 대기업 본사에서 자동차 기술분야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대부분의 회사 기획 프로젝트나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게 됐고 내부 기밀적인 내용을 많이 알게 됐다.
- 회사를 그만둔 배경은.
▲ 회사 내에서 계속 불법 편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자 경영진이 결국 한직으로 발령을 냈다. 전문성이 없는 업무로 발령을 내면 자연히 겉돌게 되지 않나. 그래서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자동차 정비사들이 인간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자동차정비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싶다. 자동차 정비 기술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