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노종빈 기자]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와 GS넥스테이션 오토오아시스, 한국타이어 T스테이션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영세사업으로 대표되던 카센터사업까지 뛰어들며 기존 영세사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대기업들의 진출 가속화로 동네 카센터들이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정비업을 하고 있는 사업장 수는 대략 3만5000여 개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SK와 GS 등 대기업 계열사의 비중은 아직 5%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 브랜드와 자본력을 등에 업은 스피드메이트와 오토오아시스 등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또한 대형마트 내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이들 대기업 카센터는 영세 카센터업체보다 몇 배에서 수십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비중은 점포수보다 훨씬 높다는 말이다.
관련업계 종사들에 따르면 SK와 GS, 한국타이어 등이 자동차정비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전국망을 가진 주유소와 타이어대리점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주유소 유휴지 등을 이용해 자동차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1993년 4월 설립된 스피드메이트는 1999년 2월 SK에너지판매㈜로 통합됐다. 스피드메이트는 SK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이미 지난해 8월 700호점이 문을 열었을 정도로 성황 중이며 업계 인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GS넥스테이션은 2007년 4월 오토오아시스란 자동차사업부문을 신설해 카센터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직영점 260여 개와 프랜차이즈 110여 개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영세사업자들이 전담해 왔던 카센터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이들의 생존권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B씨는 “요즘 사람들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마트 내 자동차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카센터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변에 문을 닫은 카센터도 부지기수다. 10년 전만 해도 먹고 살만 했는데 요즘은 임대료 내고 먹고 살기가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 한미FTA로 영세 카센터 생존권 기로에
더 큰 문제는 지난 22일 비준안이 통과된 한미FTA로 이들 영세 카센터들의 생존권은 더 크게 위협받게 됐다는 점이다. 한미FTA관련법안 중 하나로 지난 5월 24일 통과돼 25일 발효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기존 법에서 금지한 자동차정비업 57조의 임대 및 점용부분에 대한 조항을 4년 단위로 금지행위를 폐지 또는 완화 유지의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을 보자. “제77조의3(규제의 재검토) ① 정부는 자동차에 자기인증 표시를 하도록 한 제30조제4항에 대하여 200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매 4년이 되는 시점마다 자기인증 표시의 폐지, 완화 또는 유지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여야 한다. ② 정부는 자동차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점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57조제1항제2호에 대하여 200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매 4년이 되는 시점마다 금지행위의 폐지, 완화 또는 유지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여야 한다.”
자동차정비업에 국내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다. 개정안대로 규제가 완화, 또는 폐지될 경우 현재 불법영업 중인 대기업 계열사들의 자동차정비사업은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또한 내년 초 한미FTA가 발효되면 외국 자본으로 무장한 대형 자동차서비스 회사들의 국내 진출이 이어지면서 국내 영세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 정책 사각지대…동반성장 구호 '유명무실'
현재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고유업종 침해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행 동반성장위원회의 업무 영역은 중소기업이 5개 기업 이상 연합하거나 협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경우만 해당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카센터 시장과 관련, 업무를 진행하거나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뉴스팀 취재결과 밝혀졌다. 또한 카센터 사업은 서비스업에 포함돼있어 제조업을 우대하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현재 영세 카센터와 같은 소상공인 사업 영역은 특별히 위원회 측에서 관할하지 않는다”며 “올해는 먼저 제조업 분야를 진행했고 서비스 유통 분야는 내년에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조사하고 바로잡아야 하나 공정위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후에 이를 접수, 조사하고 심의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어 ‘자동차정비업계는 정책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실은 대기업계열사의 불법카센터 영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대책마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먼저 대기업의 불법적인 용역직원 고용 문제를 우선적으로 바로 잡을 것”이라며 “이후 대기업이 영세 사업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카센터 업종을 잠식하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