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그리스 금융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에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ECB 차기 총재의 정책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ECB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탈리아 중앙은행 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총재가 새로운 ECB수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트레셰 총재가 이끄는 ECB는 그동안 인플레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긴축기조를 보여왔으나 그리스 위기가 기폭되면서 양적완화를 통한 신용경색 완화를 도모해 왔다.
그렇지만 그리스 문제가 아직 미해결 상황이고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후퇴하는 상황에 부딪히고 있고, 미국 역시 유로존이 세계경제의 위험이라고 압박하고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2년만에 2차 양적완화를 전격 단행해 ECB와 유럽 내 정책공조를 이루는 분위기를 조성한 만큼 QE3를 고민하고 있는 미국과 더불어 향후 통화정책 등에 대한 국제공조의 분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ECB 역시 은행권의 자본확충과 커버드본드 매입 등의 양적완화 조치의 효과를 점검하는 가운데 향후 드라기 새 총재 체제 속에서는 신중하게 금리인하 카드, 즉 통화재확장정책(Reflation)으로 선회할지 주목되고 있다.
◆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 동결, 400억 유로 규모 커버드본드 매입
6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는 10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1.5% 수준에서 동결했다.
그렇지만 ECB는 "발행 및 유통시장에서 동시에 11월부터 내년 10월까지 4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매입할 것"이라며 "12개월 및 13개월 만기 고정금리 장기대출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정책을 긴축에서 급격히 완화기조로 전환하지는 못하지만, 유로존 내 신용경색을 완화해 자금흐름의 선순환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그의 마지막 통화정책 기자회견을 통해 유로존 경제에 대한 위협이 강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 장기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트리셰는 "경제는 특별히 높은 불확실성과 강화된 하방 위험에 계속 노출될 전망"이라고 지적하는 등 이전 보다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트리셰의 발언을 두고 향후 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이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 내년 초까지 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조사에서 ECB가 11월이나 12월에 금리를 1차로 25bp 인하한 뒤 내년 초 추가로 25bp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ECB의 금리인하 카드는 빠른 시일 내에 트리셰의 뒤를 이어 ECB 총재로 부임하게 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재, 11월 ECB 총재 취임
시장은 이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유로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ECB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ECB 정책위원회에서 차기 총재로 추대된 드라기 총재는 오는 11월 1일 트리셰의 뒤를 이어 ECB의 새로운 총수로서 8년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ECB 총재 취임식이 4주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으로 차기 이탈리아 총재의 임명이 지연되고 있어 정식 취임일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채 후임을 두고 배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이 추천 인물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후임 총재 인선이 지연되면 ECB의 차기 총재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63세인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앞서 세계은행 이사직과 골드만삭스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이탈리아 재무장관을 거쳐 중앙은행 총재직을 역임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09년에는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을 맡은 바 있다.
◆드라기의 새 ECB, 정책기조 변화하나
시장에서는 드라기 총재가 내부 정책위원들의 이견을 조율하고 유로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트리셰의 매파적인 기조에서 벗어나면서 정책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ECB를 부실한 유로존 채권을 매입하는 마지막 대출창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급격한 변화를 이끌지 아니면 트리셰 총재의 기조를 따라갈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7월 연설을 통해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대응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이 ECB가 부실 국가들의 채권을 더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대응책을 내 놓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피서노는 월스트리트 피트에 올린 기고문에서 드라기 총재의 주변 인물의 말을 인용, 그가 매우 신중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며 매파적인 성향보다는 실용주의자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격만으로 드라기 총재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앞서 파이낸셜 타임즈는 독일은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에서 재정이 부실한 국가에 대해 온건하 자세를 취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과거 그가 이탈리아 정부에서 진행할 성과를 살펴보면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국제금융섽터의 김위대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ECB 내부에서 긴축 정책을 완화정책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두고 정책위원들간 이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그렇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드라기 총재가 취임한 뒤 11월이나 12월중에 ECB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ECB와 BOE가 동시에 양적완화를 발표했고 금리인상에 나섰던 ECB도 10월 금리동결에 이어 11월에는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국의 정책대응이 신용경색 완화 뿐만 아니라 리플레이션을 포함하는 데까지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행들의 자본확충 등 신용경색 완화 정책만으로는 경기하강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리플레이션 정책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10월 중순 이후 11월초까지 진행되는 G20 차원의 회의를 거치면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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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