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8일 D램 담합소송 각하를 신청했다
- 3사는 스모킹 건과 비공개 정보교환이 없다며 담합을 부인했다
- 각하가 안 되면 감산·HBM 전환 내부자료 검증 국면으로 간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원고, 공개발언·업계 행사 접촉 기회 등 '담합 정황' 근거로 제시
소송 계속 땐 증거개시…감산·투자·HBM 전환 내부자료 검증
16일 원고 반박·23일 피고 재반박…내달 21일 소각하 심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D램 가격 담합 집단소송에서 '스모킹 건(smoking gun)'과 비공개 정보교환이 없다는 점을 앞세워 소송 조기 종결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이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공개된 경영진 발언과 감산 시점 등을 둘러싼 정황 공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증거개시(Discovery)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난 2022년 이후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고대역폭메모리(HBM) 전환 과정에서 작성된 내부 보고서와 회의자료, 임직원 간 이메일·메신저 등 민감한 경영정보가 증거개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달 21일 예정된 기각 신청 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까지 검증 대상이 될지를 가르는 이번 소송의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공동 소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MTD)을 제출했다.
앞서 미국 소비자와 PC 조립업체 등 17명은 지난 6월 세 회사가 지난 2022년부터 일반 D램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가격을 끌어올렸다며 반독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HBM으로의 생산능력 전환 등을 공급 제한의 정황으로 제시했다.

◆"스모킹 건도 비공개 정보교환도 없다"
메모리 3사는 MTD에서 원고가 담합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특히 피고 측은 직원의 자백이나 이른바 '스모킹 건' 문서, 업체 간 담합적 의사소통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가격과 생산량, 생산능력 계획 등에 대한 비공개 정보교환이나 이를 뒷받침할 비밀증인도 없다고 주장했다.
MTD에 따르면 원고 소장은 555개 문단에 달하지만 업체 간 담합을 위한 '신호'를 주장한 부분은 16개 문단에 그친다. 이마저 2023~2024년 실적발표와 투자자 행사 등에서 나온 공개 발언이라는 게 피고 측 설명이다.
원고 측은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과 설비투자를 '절제(discipline)'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경쟁사의 생산·투자 움직임이나 향후 수급 전망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서로 생산 확대를 자제하도록 보내는 신호로 해석했다.
피고 측은 이를 투자자들에게 각사의 경영전략과 업황을 설명한 통상적인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원고는 메모리 3사 경영진이 업계 행사 등을 통해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도 담합 정황으로 들었다. 지난해 세미콘 타이완 행사에서 3사 경영진이 같은 무대에 오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피고 측은 같은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 외에 이들이 생산량이나 가격, 공급전략을 논의했다는 구체적인 주장은 없다고 맞섰다.

◆각하 못하면 '내부자료' 검증 국면
다만 현재는 본격적인 증거개시가 시작되기 전이다. 원고 측은 공개자료 등을 토대로 담합 정황을 주장하고 있어 피고 회사가 보유한 내부 의사결정 자료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다.
법원이 소각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계속 진행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증거개시를 통해 사건과 관련된 내부 문서와 전자정보 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산·설비투자 결정 과정이 담긴 내부 보고서와 회의자료, 임직원 이메일·메신저뿐 아니라 웨이퍼 투입량과 생산능력, 일반 D램과 HBM 간 생산능력 배분 계획 등 회사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민감한 경영정보까지 요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제출 범위는 사건과의 관련성 등을 따져 법원이 결정하며 영업비밀 등은 비밀유지명령에 따라 외부 공개가 제한될 수 있다.
메모리 3사 역시 MTD에서 증거개시 부담을 직접 거론했다. 이들은 "충분한 담합 정황 없이 사건을 계속할 경우 광범위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증거개시를 부담하게 된다며 초기 단계에서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산·HBM 전환, "각사 독립 판단"
증거개시가 본격화할 경우 핵심은 지난 2022년 이후 감산 결정 과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0월 이듬해 설비투자를 약 50%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론은 같은 해 11월 웨이퍼 투입량을 약 20% 축소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4월에야 메모리 생산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메모리 3사는 "최대 6개월에 달하는 시차를 근거로 사전 합의가 아니라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에 대응한 독립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HBM 전환도 주요 쟁점이다. 원고는 세 회사가 HBM으로 생산능력을 이동하면서 일반 D램 공급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메모리 3사는 수익성이 높은 HBM으로 생산능력을 옮긴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며 생산라인을 단기간에 일반 D램으로 되돌리기도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2022년에도 담합소송 각하…업계 "이번 소송은 재포장"
이번 소송과 유사한 D램 담합소송은 지난 2022년 제9연방항소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업체들의 유사한 행동만으로 불법적인 합의를 추론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메모리 3사는 이번 소송 역시 당시 사건의 '재포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과거 소송에서는 메모리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감산하고 투자를 줄였다는 것만으로 담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이번에는 AI와 HBM 전환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지만 결국 같은 논리를 다시 꺼낸 소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고 측은 오는 16일 소각하 신청에 대한 반박서를 제출하고 피고 측은 23일 재반박할 예정이다. 법원은 다음달 21일 소각하 신청을 심리한다.
현재 공개된 정황을 둘러싼 공방이 실제 내부 의사결정을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갈지가 이번 소송의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