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베이징·상하이 당국이 13일 택배기사 보호책을 시행했다.
- 홍등 정지와 안전 기준으로 배달시간 산정을 바꿨다.
- 중국 플랫폼 경제가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하기 시작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2001년 영화 '북경자전거(17岁的单车)'에서 열일곱 살 농민공 출신 택배기사 쿠웨이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베이징에 올라와 어렵게 구한 택배회사 일자리와 자신의 생계를 이어주는 '목숨'과도 같은 도구였다.
자전거를 잃는 순간 '베이징 드림'은 커녕 일자리가 날아가고 끼니조차 때우기 힘든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영화 '북경자전거'는 자전거 한 대를 둘러싼 소년들의 갈등을 통해 고도성장기 중국 도시의 화려한 이면과 농민공의 소외를 깊이있게 짚어냈다.
영화가 방영된 때로부터 사반세기, 정확히 25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영화 주인공 쿠웨이의 재래식 자전거는 전동오토바이로 대체됐다. 무채색의 낡은 자전거 대신 하늘색·초록색·노란색의 산뜻한 공유자전거가 도시 풍경을 바꿔놓았지만, 영화 '북경자전거'의 잔상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도시는 더 화려해졌고 겉모습도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택배기사들은 중국 현대 도시에서 여전히 가장 바쁜 사람들이다. 이들이 없다면 각각 2000만 명이 넘는 상하이나 베이징의 도시 기능이 당장 멈출지도 모른다. 농민공 4, 5세대인 택배기사들은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속에 촌각을 다투며 목숨을 걸고 도로를 질주한다.
1000만 명이 넘는 중국의 택배기사는 현대 도시의 상징인 플랫폼 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이들 만큼이나 절실한 직업군도 드물다. 한 건을 배송할 때마다 거리에 따라 주어지는 몇 위안(수백 원~1000여 원) 정도의 수입이 이들의 유일한 낙이다. 이들에게는 여간해서 휴식도, 회식도 없다.
영화 '북경자전거'의 쿠웨이도 그랬지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들의 몸은 언제나 전동오토바이(자전거) 위에 실려 있다. 택배기사들에게 신호등의 빨간불과 교통 체증은 가장 큰 적이다. 겨울에는 눈,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가 이들의 배달시간과 수입을 앗아가는 장애물이다.
이들 택배기사에게 신호등의 빨간 신호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플랫폼 회사가 강요하는 시간 엄수는 배달원들을 극도로 초조하게 만든다.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 서는 몇십 초의 순간, 그만큼의 수입이 날아가고 업무 평점도 깎이기 때문이다. 결국 몇 초를 아끼려고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위험한 주행에 내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2026년 8월 13일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택배기사들에게 꽤나 의미 있고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시장감독 당국이 메이퇀·타오바오·징둥 등 주요 플랫폼 관계자와 배달기사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적색 신호가 켜진 동안에는 배송시간 계산을 멈추는 '홍등 정지'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택배기사들에게는 현금과 똑같은 배달시간 산정 방식도 바뀐다. 배달 플랫폼은 최고속도가 아닌 평균 시속 15㎞를 기준으로 배송시간을 계산하고, 눈·비·태풍 같은 악천후나 복잡한 도로에는 추가 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음식점의 준비가 늦어 발생한 배송 지연 역시 배달원의 서비스 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했다.
중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내친김에 전국 최초로 AI 기반 배달기사 전용 지능형 비서 '투안바오(团宝)'를 선보였다. 신호등 알림과 녹색 신호 안내, 사고 다발지역 경고, 역주행 감지, 속도 제한 알림 등으로 배달기사의 안전을 돕는 시스템이다. AI가 '더 빨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기사의 안전과 업무 효율을 돕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영화 '북경자전거' 시대의 자전거 이용자는 자동차와 충돌하면 잘잘못과 관계없이 자동차 운전자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농민공은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 도시 사회의 절대적 약자였다. 중국의 배달 프랫폼 신 정책엔 현대 도시의 최취약층인 택배기사의 사회적 권리를 보호하려는 인간적 배려가 엿보인다.
베이징과 상하이 당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플랫폼 기업의 정책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의 플랫폼 경제가 '얼마나 빨리 배달할 것인가'에서 벗어나 배달원의 인권을 위해 '얼마나 안전하고 인간답게 일하게 할 것인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실적과 속도에만 집착했던 중국이 도시의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안전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제 택배기사들은 신호등의 빨간불 앞에서 편한 마음으로 멈춰 설 수 있게 됐다. 전동오토바이와 공유자전거를 보면 버릇처럼 떠오르는 성장 제일주의 시대의 '북경자전거'는 이제 역사의 낡은 풍경으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