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오스코텍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세비도플레닙을 15년 개발 끝에 미국 아지오스에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 초기 RA·ITP 임상 2상에서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해 '실패 약' 평가를 받았지만, SYK 기전에 맞는 환자군과 효능 신호를 근거로 가능성을 키워왔다.
- 여러 차례 기술이전 무산 끝에 희귀 혈액질환 전문 아지오스를 파트너로 찾았고, ITP를 시작으로 최대 3개 적응증까지 확장 가능한 블록버스터 후보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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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파트너 물색 끝에 아지오스 품으로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집 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두 번의 입사시험에 낙방하고 시집도 못 간 채 방구석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던 아이가 드디어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갔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세비도플레닙'의 개발 과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약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후보물질에 대해 자식과 다름 없는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세비도플레닙의 개발 과정에는 반전 드라마가 숨어 있다. 임상 좌절과 기술이전 난항을 겪으며 한때 실패한 후보물질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미국 희귀질환 전문기업 아지오스에 약 6억6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되며 2막을 열었다.
세비도플레닙은 2009년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미국 보스턴 소재 신약 개발사 제노스코에서 탄생했다. 제노스코가 발굴한 첫 번째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회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윤 대표는 세비도플레닙에 대해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 태어났지만 총기가 넘쳐 온 집안의 기대를 받으며 성장한 아이"라고 회상했다.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오스코텍에 합류한 윤 대표가 처음 마주한 세비도플레닙은 류마티스관절염(RA)과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임상 2상을 진행 중이었다. 특히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 모두에게서 유의미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다. 당시 세비도플레닙은 RA 치료제로 개발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고 오스코텍의 주가가 주춤하기도 했다.
2상 결과 만으로 세비도플레닙은 '안 되는 약'이라고 치부한 이들도 있었으나 윤 대표는 잠재력을 알아봤다. 그는 "세비도플레닙은 비장티로신키나제(SYK) 기전에 부합하는 초기 RA 환자 그룹에서는 효능이 확인됐다"며 "이는 SYK이라는 타겟이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질환이나 환자군을 선정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의미"로 봤다.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임상에서도 용량이 증가할수록 혈소판 수치가 개선되는 뚜렷한 효능 신호가 확인됐지만 사전에 설정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또 다른 실패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스코텍 내부에서는 이 결과를 토대로 기대감을 키워 나갔다. 윤 대표는 "ITP 환자에서 세비도플레닙의 효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며 "경쟁약물인 타발리스나 사노피의 BTK 저해제와 비교해도 효능이 뒤지지 않았고 내약성은 오히려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냉정했다. 임상 3상과 상업화를 직접 수행하기에는 오스코텍의 자금과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 기술이전이 필수적이었지만 파트너를 찾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윤 대표는 이를 "취업 준비생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오스코텍은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기업들과 접촉했다. 면역질환 적응증 확대를 원하는 바이오텍부터 ITP 상업화만 원하는 전문 제약사, 투자자 중심의 뉴코(NewCo) 모델까지 다양한 협상 상대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ITP 시장 규모만 바라봤고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에도 타진을 했으나 문전박대였다.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도 검토했다. 오스코텍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상업화까지 도전하는 새로운 오픈이노베이션 모델도 구상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윤 대표는 "한 때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결정사까지 써봤지만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찾지 못한 상황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전환점은 지난해부터 찾아왔다. 사노피가 포메이션바이오로부터 SYK 저해제인 구사시티닙을 도입하면서다. 세비도플레닙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임상 2상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한 SYK 저해제 자산은 많지 않다"며 "사노피가 확보한 구사시티닙(gusacitinib)과 솔블레플레닙(sovleplenib) 정도를 제외하면 세비도플레닙이 사실상 몇 안 되는 후보물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시점에 아지오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지오스는 희귀 혈액질환 분야에 집중하는 미국 바이오기업이다. 설립 이후 세 개의 혁신 신약을 허가와 상업화까지 성공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오스코텍은 ITP를 넘어 다양한 적응증 확장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세비도플레닙의 가치를 알아본 아지오스와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됐다.
윤 대표는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세비도플레닙을 제대로 키워줄 파트너를 만났다는 점"이라며 "아지오스는 세비도플레닙의 잠재력을 가장 잘 이해한 회사"라고 평가했다.
세비도플레닙은 한때 시장에서는 실패작으로 불렸고 두 번의 임상 좌절을 경험했던 후보물질이지만, 15년의 시간을 버텨 1조원 기술수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윤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긴 취업 준비생 생활을 마친 뒤 마침내 새로운 가족을 만나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업계는 세비도플레닙의 다음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
아지오스는 세비도플레닙을 우선 ITP 적응증으로 개발할 계획이지만 향후 적응증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읻나. 오스코텍과의 기술이전 계약에서 최대 3개 적응증에 대한 개발·상업화 마일스톤이 설정됐다. ITP 외에 다양한 질환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경우 상업화 경쟁력을 지닌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