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구 인당뮤지엄이 4월1일부터 한국현대판화전 개최했다.
-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 그라블린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 12명 작가 130여점 전시하며 5월23일까지 무료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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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11월 8일 프랑스 그라블린미술관
한국현대판화 조명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의미있고 알찬 기획전시를 꾸준히 선보여온 대구보건대학교(총장 남성희) 인당뮤지엄이 이번에는 한국현대판화 전시를 마련했다.

인당뮤지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현대판화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를 4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원화·판화 전문미술관인 그라블린미술관(Musée du dessin et de l'estampe originale - Gravelines)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인당뮤지엄 전시에서는 김서울 김성수 김억 김우조 류연복 안정민 이성자 이언정 이윤엽 정승원 정현 주정이 등 작가 12명의 판화 110여 점을 소개한다. 이 외에 목조각 10점과 인당미술관이 소장한 목판 및 유물자료 10점도 전시된다.
인당미술관 전시가 끝나면 프랑스 북부도시 덩케르크에 위치한 그라블린미술관에서 오는 6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한국 판화가 20여 명의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하는 'K Prints, Korean Woodblocks'가 열려 한국 판화의 세계를 유럽에 소개하게 된다. 인당뮤지엄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김우조(1923~2010), 김서울(1983~), 주정이(1944~), 이윤엽(1968~), 류연복(1958~)의 작품이 그라블린미술관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연달아 열리는 이번 한국 현대판화전은 프랑스 측에서 먼저 전시제의를 해 성사됐다. 몇년 전부터 해외에서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판화에 강점을 지니고, 한국 현대판화도 다수 컬렉션하고 있는 그라블린미술관이 한국 현대판화전을 공동주관할 미술관을 찾다가 인당뮤지엄과 연결된 것이다.
두 뮤지엄의 전시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기획된 연계 프로젝트다. 큰 줄기는 같으나 각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에 맞춰 전시 구성과 형식은 일부 조정된다. 인당미술관의 전시는 한국 현대판화의 큰 흐름을 따라가며 현재성에 주목하고, 그라블린미술관에서의 전시는 한국 판화의 현황을 유럽에 소개하는데 촛점이 맞춰진다. 그라블린미술관의 한국판화 전시는 프랑스 문화부 선정 '올해의 주요 전시 2선'에 선정됐을 정도로 K-아트에 대한 유럽의 관심도는 높은 상황이다.

인당뮤지엄은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전을 모두 네 파트로 나눠 꾸렸다. 한국 판화의 내용적 형식적 특성을 4개의 영역으로 나눠 살펴보고 있다. 판화의 본질적 특성을 재료와 기법, 역사와 전통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판화의 고유한 특성인 복제성을 바탕으로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견인하던 시기, 자연의 미감을 중시하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살린 작품, 도시와 일상에 주목하는 현재의 흐름까지 다각도로 짚어 전시를 구성했다.
그 결과 4개 섹터는 '일상_나무와 칼', '역사_흐르는 강물처럼', '서정_시처럼 바람처럼', '도시_여기 지금'로 명명돼 12명 작가의 작품 13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칼칼한 칼맛이 살아있는 목판화 작품들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목판화 방식에서부터 대담하고 변화무쌍한 목판화까지 다양한 목판화들이 인당뮤지엄의 너른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이와함께 조각과 설치, 실크스크린, 알루미늄판 위의 페인팅기법까지 보다 진일보한 작업을 통해 한국 판화의 예술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인당뮤지엄 로비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판화 46점을 촘촘히, 그리고 조화롭게 집합시켜 뮤지엄의 커다란 벽면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바꾼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과감하면서도 싱그런 시도를 한 작가는 이윤엽, 그가 시도한 공간 설치작품은 '지금,여기, 새기다'이다. 벽면을 빼곡히 장식한 작품들을 한점 한점 곱씹어보면 시대상황을 슬쩍 비튼 작품이라든가 현실참여적 작품이 숨어 있다. 또 거대한 크기의 고양이와 검은 새, 토끼 등이 사람처럼 의인화된 형상으로 표현된 판화가 눈에 들어온다. 반면에 인간은 올빼미형, 경직된 모양새로 서있는 기계형 인간으로 표현돼 이채롭다. 이윤엽의 판화는 판의 크기가 대담하고, 내용은 시사적이다. 동시에 생명에의 경외심도 드러내고 있다.

첫 섹션인 '일상, 나무와 칼'에서는 나무를 칼로 다듬고, 울긋불긋 강렬한 색을 입혀 '꼭두'를 연상케 하는 김성수의 목조각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김성수는 영화 '희랍인 조르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꽃과 새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과 모빌 형식의 작품 '새를 타는 사람'을 출품했다.
목판을 파고든 '칼맛'이 살아있는 주정이의 흑백 목판화는 전통에 기반하되 현대성도 살아 있다. 판화의 가장 근원적인 재료인 나무와 칼에서 출발하는 창작의 세계를 간결하게 보여준다.
두번째 섹션인 '역사,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이성자, 김우조, 류연복, 김억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적 흐름과 시대의 기억을 판화의 언어로 되새긴다. 인당뮤지엄이 소장한 목판과 지도가 새겨진 원판, 18세기 목판본 '소학'과 '춘추'도 전시해 목판인쇄술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이성자의 목판화 작품 '환호하는 숲'(1970)은 각기 다른 에디션을 인당미술관과 그라블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 양쪽 전시에 모두 소개될 예정이다. 1951년 한국을 떠나 파리로 이주했던 이성자는 1968년 남프랑스 투레트에 독특한 작업실을 만들고 여름마다 머물며 목판화 작업을 주로 했다. '환호하는 숲'은 '나무의 자유'시대(1963~1972)를 구성하는 모티브들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김우조는 대구 출신 작가로 청도, 포항, 대구, 구미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판화 연구와 창작에 몰두했다. 판화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그는 목판화와 지판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자연풍경과 동네 시장, 뒷골목 등 일상의 모습을 담은 1970년대 흑백 목판화는 시대적 현실을 담아낸 대표작이다. 김우조의 작품은 프랑스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김억(1956~)은 대학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붓이 아닌 칼로 섬세하게 역사와 삶의 공간을 새긴다. 발로 답사한 장소를 부감의 시점으로 조망하듯 넓게 펼쳐보이는 것이 작업의 특징이다. 전시에 길이 438㎝에 이르는 '도산구곡'과 낱장 9장으로 새긴 '무흘구곡'을 선보이는데 수묵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인하고 묵직한 힘이 뿜어져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전통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풍경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산구곡 골짜기에 비닐하우스와 포크레인이 있고, 축구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민중미술 운동에 몸담았던 류연복의 대형판화 '붉은 닭', '대붕역풍비', '고래의 꿈'은 투박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목판화의 매력을 전해준다.

'서정성'은 한국 목판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서정, 시처럼 바람처럼'에서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구 출신 재불작가 정현(1968~)의 작품이 내걸렸다. 정현은 에디션이 없는 유일판 목판 작업과 카보런덤 기법을 활용한 알루미늄판 판화를 통해 판화 매체의 새로운 확장을 전개 중이다. 정현의 작품 '들판'(2025)은 인당뮤지엄의 소장품인 조선후기 '윗닫이'와 나란히 배치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안정민(1952~)은 한지나 판화지 대신 실리콘을 사용한 실험적 작품을 출품했다. 칼로 나무 판면을 내리꽂아 얻은 판면에 실리콘 캐스팅을 한 뒤 투명 실리콘의 돋은 면에 은색안료를 바르고 다시 실리콘을 덧발라 떠낸 복잡한 과정을 거친 작품이다. 나무커튼 형식으로 설치한 '가로·세로·깊이·해인 21~24'는 기운생동의 에너지와 서정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 여기 지금'에서는 이언정, 정승원, 김서울의 작업을 통해 현대 도시와 동시대 삶의 풍경을 판화라는 매체로 새롭게 해석한다. 이 섹션의 작품들은 기존의 판화기법을 벗어나, 다양한 시도로 창작된 작품이 여럿이다. 이언정(1987~)은 블럭처럼 쌓인 현대도시의 이미지와 기억을 재구성해 상상의 도시를 표현했다. 독일 브레멘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정승원(1983~)은 실크스크린으로 현대도시의 인상과 추억을 실크스크린 작업에 담아냈다.
인기 판화가인 김서울(1983~)은 에칭과 실크스크린 기법을 주로 하며 현대인의 일상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크스크린 작업을, 프랑스 전시에서는 에칭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당뮤지엄 김정 관장은 "이번 전시는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아날로그 판화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조명하는데 집중했다"며 "판화는 단순한 복제의 기술이 아니라 나무와 칼, 시간과 노동을 통해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새겨넣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대구와 덩케르크에서 열리는 연계전시는 한국 판화의 깊이와 가능성을 국제 미술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권미옥 학예실장은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판을 새기고 찍어내는 아날로그 판화작업은 느린 시간과 깊은 사유의 과정을 담고 있다"며 "자연과 동식물, 사람과 일상에서 발견되는 서정과 함께 판을 뒤집어 찍어내는 전복적 매체 실험은 한국 판화가 지닌 미학적 가능성과 동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한편 전시 제목인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흐름을 상징한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어 꽃잎이 흩어지고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자연의 섭리처럼, 오랜 목판화의 전통을 배경으로 한국 현대판화가 시간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좌표를 만들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전시다. 인당뮤지엄의 한국 현대판화전은 5월 23일까지 계속된다. 무료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