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리테일로 승부수 던져...정체된 실적 반등 노림수 관측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보수적 경영 스타일을 고수해오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최근 복합쇼핑몰 신축에 2조원을 베팅하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복합쇼핑몰 성공 모델인 '더현대' 브랜드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체험형 복합몰 확대와 프리미엄 전문몰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실적 반등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2028년까지 1.9조 추가 투입…외형 확장 가속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온·오프라인 사업 확장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신사업 가운데 외형 확대에 대부분의 자금을 집중 투입하며 성장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9770억원을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신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초 기준 전체 투자 규모는 2조7310억원으로, 전년(1조9202억원) 대비 약 81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년 간 투자 집행 속도도 가파르다. 최근 2년 간 누적 투자액은 1조1068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4년 3528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540억원으로 늘며 1년 새 투자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부산·광주·경산 등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영향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더현대 부산'을 시작으로 2028년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 2029년 '더현대 광주'까지 신규 출점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더현대 부산은 백화점과 아울렛을 결합한 '더현대 2.0' 모델로, 프리미엄과 가성비 상품을 동시에 갖춘 복합형 유통 공간으로 조성된다. 더현대 광주는 호남권 최초의 초대형 미래형 백화점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결합한 체험형 복합 공간으로 개발된다.
이들 프로젝트는 '더현대 서울'에서 검증된 체험형·콘텐츠 중심 리테일 모델을 전국 거점으로 확산하려는 전략으로, 현대백화점의 외형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투자로 평가된다.

◆"더현대 서울이 증명했다"…성장 모델 확신
현대백화점의 전략 전환 중심에는 '더현대 서울'의 성공 경험이 자리한다. 더현대 서울은 2021년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하고, 1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초고속 성장 점포'다.
이후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2023년에는 연매출 약 2조원 수준까지 확대되며 핵심 점포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주요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명품 중심이 아닌 팝업스토어, K패션, 체험형 콘텐츠 중심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기존 백화점 공식과 차별화된 모델로 평가된다.

온라인 사업에도 '더현대(THE HYUNDAI)'의 색채를 입혀 차별화를 꾀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날 신개념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Hi)'를 공식 론칭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더현대 하이는 더현대의 공간 혁신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현대백화점그룹의 50여 년 유통 역량을 집약한 플랫폼이다.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한 모습이다.
특히 하나의 플랫폼 안에 전문관을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구성한 멀티 전문관 구조를 도입했다. 글로벌 럭셔리 백화점 봉마르쉐의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 드 파리(La Grande Épicerie de Paris)'를 비롯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에이프(AAPE)'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등 브랜드 전문관을 선보이며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을 통해 오프라인 리테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현했듯이, 더현대 하이를 통해 디지털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따.
◆'보수 경영' 정지선, '외형 확장 드라이브'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전략은 정지선 회장의 경영 기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안정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경영 스타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대형 복합몰 개발과 온라인 플랫폼 투자 확대 등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더현대를 단순 브랜드가 아닌 '차세대 성장 모델'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5년 간 이어진 매출 성장 정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023년부터 내수 침체 속에서 실적이 정체 흐름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의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2021년 3조5724억원 ▲2022년 5조141억원 ▲2023년 4조2075억원 ▲2024년 4조1876억원 ▲2025년 4조2303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2022년 매출 급증은 인수한 지누스 실적이 연결 반영돼 외형 성장세를 이뤄냈으나, 2023년부터 매출 성장 속도는 더뎌졌다.
업계에서는 더현대 확장 전략을 현대백화점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이 입증한 것은 단순 매출이 아닌 '유통 방식의 변화'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기존의 안정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더현대 서울이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은 만큼 더현대 브랜드를 축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