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삼천당제약의 주가 급락 사태가 블로거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겨냥한 고소전으로 번지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 루머와 소문으로 인한 주가 변동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법적 대응까지 나서는 경우는 이례적으로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최근 자사에 대해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블로거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개발 중인 제네릭 의약품과 관련해 추가 임상 필요성을 제기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해서도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천당제약은 올해 들어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GLP-1) 제네릭과 경구용 인슐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 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올 초 주가는 약 23만원대에서 3월 말 장중 118만~122만원 대까지 오르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달 19일 회사가 유럽의약품청(EMA)에 경구용 인슐린 임상 1·2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는 발표가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한 달간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으나 지난달 30일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26% 급락했다. 31일에는 전일 대비 29.98% 하락한 82만9000원에 마감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이날 60만9000원까지 내려 앉았다.
회사는 주가 급락 사태의 원인으로 블로거와 애널리스트를 지목하고 있다. 블로거 A씨는 지난달 30일 삼천당제약에 대해 "200% 작전주를 장담한다"며 "타 기업에 비해 의혹이 많은 기업"이라고 지적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앞서 삼천당제약이 무채혈 혈당 측정기 생산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사업이 흐지부지 된 사례와 3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가 정정공시 끝에 중단된 사례 등을 명시했다. 비만치료제 계약과 관련해서도 계약금 외에 미래매출을 추정 계산해 논란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삼천당제약은 "블로거 A씨가 사실 무근의 글로 시장을 혼동케 하고 있다"며 "블로거에 대해 명예훼손 업무 방해 등으로 고발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어 최근 미국 파트너사와 체결한 경구용 GLP-1 계약 규모에 대해 "이번 계약 규모는 1500억원이 아니라 마일스톤이며, 실제 파트너사가 예상한 매출은 계약기간 동안 15조원으로 매출 순이익의 90%를 삼천당이 수령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삼천당제약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제네릭 등록을 위해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을 두고서도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추가 임상이 필요할 경우 시간과 비용, 허가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회사에 악재가 되는 소식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간 바이오 기업들이 근거 없는 루머와 소문에 시달려 주가 하락을 경험한 사례는 흔했다. 지난 2024년 알테오젠은 미국 할로자임이 회사의 플랫폼 기술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있었다. HLB는 간암 신약 승인 실패 루머로 인해 장중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처럼 기업이 허위 사실에 따른 주가 급락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선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들의 심리 안정과 대응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성립 가능성도 미지수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기업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 자체가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비판과 평가가 뒤따르는 만큼 일정 수준의 의견 표명은 폭넓게 허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한 그룹의 재무 상태를 비판하는 글이 법적 대응으로 번진 사례에서, 해당 내용이 전반적인 사실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단이 내려졌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결국 업무방해 여부가 쟁점이 될 텐데, 블로거나 애널리스트의 발언과 주가 변동 사이의 인과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며 "블로거가 본인 의견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는지 또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법적 대응에 앞서 최근 의혹이 제기된 기술이전 계약의 매출 추정치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GLP-1의 유럽 11개국 독점 공급·판매 계약 규모를 5조3000억원대라고 홍보했으나, 계약서에 기재된 10년치 예상 연간 매출을 단순 합산해 원화로 환산한 수치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최근 미국 기업과 맺은 기술이전 계약 역시 마일스톤 1억 달러(1500억원대)를 수령하며 제품 첫 판매일로부터 10년간 파트너사 순이익의 90%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 구조를 근거로 10년간 15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으나, 비용 배분 기준이나 마케팅, 판매비 처리 방식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사실상 확정 매출처럼 해석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삼천당제약에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지난달 6일 영업실적 전망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정식 공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회사는 형식적인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공시 신뢰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 주가가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대표가 지분 매각을 예고하고, 기술이전 공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조정을 받을 시점이었을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 보호 차원에서 법적 대응 조치에 나섰겠지만, 신뢰 회복을 위해 기술이전 구조와 매출 근거 등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