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생산 감소, 미국과 이란의 위협 발언…긴장 완화 기대에도 공급 리스크 지속
헤그세스 "앞으로 며칠이 이란 전쟁의 분수령"
골드만삭스, 금값 2026년 말 온스당 5400달러 전망 유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란 대통령이 종전 관련 의지를 시사한 영향에 31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급락 마감했다. 금값은 반등했지만 10여년 만에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50달러(1.46%) 내린 101.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배럴당 5.57달러(4.94%) 오른 118.35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3.42달러 내린 103.97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5월물 계약은 사상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만기일을 맞으며 투자자들이 유동성이 더 풍부한 6월물로 포지션을 이동하면서 거래가 급감했다.

블룸버그를 포함한 일부 매체들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침략 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요구되는 보장책과 같은 필수적인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우리는 이 갈등을 종결할 충분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이후 가격이 하락했다.
어게인 캐피탈의 파트너 존 킬더프는 "이란 대통령의 발언으로 알려진 내용 때문에 다시 한번 시장 아래에 있던 '함정문'이 열렸다"며 "만약 적대 행위가 즉각 중단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수 있고, 공급이 시장에 다시 유입되면서 가격에 반영돼 있던 위험 프리미엄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이 해협을 개방하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고 시사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적대 행위가 중단되기 전까지 개입을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고, 여러 국가들과 함께 비축유 방출을 약속했지만, 이런 조치는 제한된 기간 동안만 공급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더 강도 높게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앞으로 며칠이 결정적인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새로운 위협으로 맞섰다. 이들은 "이란에 대한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수요일부터 해당 지역 내 미국 기업들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인텔, IBM, 테슬라, 보잉 등 18개 기업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미군은 이란의 어떤 공격도 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게시글에서, 이란에 대한 공동 공습에 미국을 돕지 않았고 현재 항공유를 구하지 못하는 국가들을 향해 "미국산 석유를 사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서 그냥 '가져가라(JUST TAKE it)'"고 촉구했다.
이 게시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상당 부분 봉쇄된 상태로 남더라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끝낼 의향이 있으며, 해협 재개방은 나중 문제로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다음 날 올라왔다.
뉴델리소제 SS 웰스스트리트 설립자 수간다 사치데바는 "외교적 신호가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현실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긴장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파손된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 공급은 타이트한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금융그룹 LSEG 및 케이플러(Kpler) 등의 원유 흐름 추적 데이터를 토대로 집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월 OPEC 회원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730만 배럴 급감한 2157만 배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중동 핵심 산유국들의 생산 차질이다. 특히 이라크의 일일 산유량은 140만 배럴로, 전월 대비 275만 배럴이나 줄어들며 회원국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 금값, 10여년 래 최악의 월간 성적
금값은 중동 분쟁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반등했지만, 이번 달 기준으로는 10여년 래 최악의 월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쟁 여파로 인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전망이 금값에 부담이 된 탓이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2.7% 상승한 4,678.6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기준 1일 오전 2시 31분 온스당 3.2% 오른 4,652.3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3월 20일 이후 최고치다.
금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3% 급등했다. 동시에 지역 언론들은 이란 지도부가 협상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고, 이에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670달러 위로 올라섰다.
이날 반등에도 불구하고, 금 선물은 2013년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번 월간 하락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3월의 급격한 매도세가 금에 대한 중기적 전망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제 성장 둔화가 나타날 경우 금 가격 상승 요인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금 가격이 2026년 말까지 온스당 5,4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계속 유지했다.
이들은 "에너지 공급 차질이 길어질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뿐 아니라, 무엇보다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또 "고용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이중 책무(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 가운데 더 중요한 우선순위로 떠오르면서,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급격히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럴 경우 금 시장의 환경은 빠르게 강세 쪽으로 확연히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