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사에 자산 배분 시 스튜어드십 평가 반영
자산운용업계 "전담 인력 부족·연성 규범 한계" 토로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정치권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수준이 주요 연기금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대 의결권 행사율에서 뚜렷한 격차가 확인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과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평가 결과를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에 반영해야 한다"며 "운용사에 자산을 배분할 때 평가 점수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을 자금 배분과 직접 연계하겠다는 의미로, 운용사 입장에서는 강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연간 위탁 규모가 1조원 안팎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활동 성과가 운용사의 수익 기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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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결권 반대율 격차 뚜렷…운용사 6.8% vs 국민연금 20.8%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을 점검하고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민간 자율 규범이다. 단순한 주식 보유를 넘어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취지다. 국민연금이 2018년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주주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실적을 반영할 경우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연간 위탁 규모가 1조원 안팎인 만큼 주주활동 성과가 향후 자금 배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현황 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내 273개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은 91.6%로 나타났지만, 반대 의결권 행사율은 6.8%에 그쳤다.
반면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율 99.6%, 반대율 20.8%를 기록했으며 공무원연금 역시 각각 97.8%, 8.9%로 운용사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단순히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은 비슷하지만, 경영진 안건에 제동을 거는 적극성에서는 운용사가 현저히 낮은 셈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주주활동이 부족하다기보다 공개 방식이 아닌 비공개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외부에서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주주활동이 비공개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최근에는 주주활동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비공개 중심 구조가 결과적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산운용사, 주주활동 늘린다지만…비공개 중심 구조 여전
일부 운용사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대응 강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주주활동 체계를 정비하는 등 내부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초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업무 강화를 위해 '책임투자전략팀'을 신설해 전담 인력 3명을 배치했다. 회사 측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대한 니즈가 확대돼 관련 전담 조직 체계를 구축했다"며 "기존 스튜어드십코드 팀을 흡수해 업무 수행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공개활동 없이 비공개 활동만을 진행했다. 회사는 "현재 국내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감안했을 때 개별 이슈 기업에 대한 경영진 직접 소통이 효율적인 부분이 있어 공개활동은 지양 중"이라며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등 자본시장이 성숙할 경우 공개활동도 병행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기업과의 비공개 소통을 중심으로 주주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불필요한 시장 변동성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기업 측과 소통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미 국민연금 6개 유형을 모두 채운 상황이지만, 추가로 전담조직을 갖추고 비공개 주주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별도의 전담 조직 없이 투자전략부 내에 준법감시인·주식리서치담당·컴플라이언스부·투자전략부 등 총 7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해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ESG연구소와 투자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를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ESG스튜어드십실'을 중심으로 3명의 전담 인력을 두고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면 질의와 경영진 대화 등 비공개 방식의 주주활동을 44건 진행했으며, 일부 투자기업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주주총회 집중일을 피하는 등 운영 관행이 개선된 사례도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사는 장기적인 투자자 이익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 따라 주주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향후에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주주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며 "이러한 방향이 국민연금이나 다른 수익자들이 지향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과도 부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전담 인력 부족과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성 규범에 머물러 있어 참여 유인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마다 전담인력 자체가 부족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또한 스튜어드십코드는 연성 규범으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제재도 없지만 잘 지켰을 때의 메리트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