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공급받는 휘발유·경유분부터 가격 내릴 예정
정유사-주유소 간 담합 여부 조사 필요성 지적도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유재선 인턴기자 = "어제까지 휘발유·경유가 1900원대였지만 오늘은 1800원대로 내려갔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기름 가격은 변한다. 대통령 발언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서울 서초구 소재 주유소 사장)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첫날, 일부 주유소는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이상 내렸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자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감시가 이어지면서 일부 주유소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먼저 내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13일 서울 시내 주유소를 취재한 결과 휘발유·경유 1리터당 가격은 하루 전보다 100원 넘게 떨어진 1800원대에 형성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0시부터 석유 최고가격(정유사 공급가격 기준)을 1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한다고 고시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휘발유는 어제 1952원에서 1848원으로 104원, 경유는 1992원에서 1837원으로 155원 내렸다"고 말했다.
박모 사장 주유소 1km 근처에 있는 주유소는 전날보다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40원 가량 내린 1899원과 1935원에 판매했다. 비슷한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80원 가량 내린 1843원과 1833원에 팔았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이날 전국 평균 경유 값은 1872.67원이고 전날(1918.97원)보다 46.30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1898.78원에서 1864.07원으로 34.71원 내렸다.
다만 모든 주유소가 일제히 기름값을 내리지는 않았다. 재고 물량이 남아 있는 주유소는 물량을 소진한 후, 정유사로부터 새로 공급받는 휘발유·경유분부터 가격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그래야 손실을 줄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SK앤크린 만선상사 대흥주유소(소장 안재훈)는 어제와 동일한 '휘발유 1939원, 경유 1979원'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했다.
안재훈 소장은 "우리는 일주일 전에 이미 기름을 받아놨기 때문에 (정책이 시행됐더라도)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아직까지는 (가격상한제)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주변 시세 움직임에 따라 책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기름 받아야죠'라는 말도 못걸고 눈치껏 최대한 버티고 있다"며 "기름 추가 매입을 어느 시점에 할지 다 눈치보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소비자 체감도도 낮다. 다만 앞으로 기름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는 생겼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직장인 이모 씨(44)는 "첫날이라 그런지 기름값이 싸졌다는 느낌은 없다"며 "앞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체감도를 높이려면 정부가 최고가격제와 함께 정유사·주유소 간 담합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유소에서 만난 농업인 박모 씨(26)는 "정유사들을 통제해도 업자들끼리 담합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격상한제보단 원유 수입이 잘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업자들끼리 담합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