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어진 '우리홈쇼핑 분쟁' 다시 수면 위로...공정위 판단 주목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태광그룹과 롯데그룹의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갈등이 올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의 유통 구조를 '통행세'로 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잠잠했던 두 그룹 간의 분쟁에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롯데홈쇼핑은 태광 측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며 공정위 판단에 따라 분쟁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태광 "롯데홈쇼핑 내부거래 통해 계열사 부당지원"
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주 롯데홈쇼핑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분쟁의 도화선은 롯데홈쇼핑과 롯데쇼핑 간의 '상품 공급 구조'다. 롯데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상품을 직매입하거나 납품업체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굳이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거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 등에서 보유한 상품을 롯데홈쇼핑 올라인몰에서 판매하면, 롯데홈쇼핑은 제휴수수료를 롯데쇼핑에 지급하면서 동시에 판매수수료도 롯데쇼핑으로부터 받는다. 롯데홈쇼핑은 롯데백화점 등 롯데쇼핑에 입점해 있는 매장 임차인들에게도 임차수수료를 제공한다.
태광은 이러한 관행이 2006년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이후 줄곧 지속돼 왔다고 보고 있다. 또한 납품업체 상품이 롯데쇼핑을 거쳐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되면서 납품업체들이 부담하는 실질 수수료율도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TV홈쇼핑 업계 평균 실질 수수료율(2024년)은 27% 수준이다.
◆롯데 "백화점-홈쇼핑 협업은 일반적인 방식" 반박
롯데홈쇼핑은 롯데백화점 상품 판매 구조는 다른 온라인몰의 백화점 상품관과 동일한 일반적인 유통 방식이며, 수수료 역시 롯데홈쇼핑과 백화점이 나누고 백화점이 다시 파트너사와 분배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상품을 취급하게 된 것"이라며 "온라인몰 매출이 성장하면서 백화점 입점 파트너사 유치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화점 판매 수수료는 롯데홈쇼핑과 백화점이 약 5대 5 비율로 나누는 구조이며, 백화점은 해당 수수료를 다시 파트너사와 분배한다"고 부연했다.
또 태광 측이 제기한 계열사 지원 및 과도한 수수료 부담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하며, 지난 19년 간 동일한 구조로 운영돼 온 사안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는 주주나 이사진의 합리적 문제 제기는 수용하고 개선하겠지만 회사의 이익과 반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돈'서 '견원지간'으로...20년 '우리홈쇼핑' 갈등 표면화
두 그룹 간 갈등은 2006년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 경영권을 확보하며 시작됐다. 2001년 롯데쇼핑과 태광산업은 TV홈쇼핑 추가 채널 사업권 확보를 위해 '디지털홈쇼핑'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협력했지만, 경쟁자였던 우리홈쇼핑 컨소시엄(경방, 아이즈비전, KCC정보통신, 대아건설, 행남자기 등)이 사업권을 따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태광산업은 2005년부터 우리홈쇼핑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해 2006년 7월 약 4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한 달여 뒤 롯데쇼핑이 기존 최대주주였던 경방의 지분 53%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과 롯데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두 그룹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현재 롯데홈쇼핑의 지분 구조는 롯데쇼핑(53.49%)과 태광그룹(44.98%)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분 격차는 약 8.5%포인트에 불과해 태광이 경영권을 확보하지는 못하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롯데는 인수 후 20년이 다 되도록 법인명을 '우리홈쇼핑'에서 바꾸지 못하고 있다. 사명 변경에 필요한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인데, 태광이 이를 매번 무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롯데건설 자금난 당시 롯데홈쇼핑의 지원액이 태광의 반대로 5000억 원에서 1000억원으로 급감한 것은 양측의 '불편한 동거'를 보여주는 대표인 사례로 꼽힌다.

재계에서 이번 사안을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문이 혼맥으로 얽힌 사돈 관계라는 점이다. 이호진 전(前) 태광그룹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동생인 故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사위다.
과거 사돈 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기대했던 태광 측은 2006년 롯데의 우리홈쇼핑 지분 인수를 '배신'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왔다. 당시 태광이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와 브랜드 사용을 문제 삼아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롯데 승소로 끝났다.
태광산업은 2007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가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최대주주 승인을 내준 것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모두 롯데 측 손을 들어줬고, 2011년 9월 1일 대법원이 태광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롯데 승소가 확정됐다. 이 판결로 2006년 인수 이후 약 4년 6개월 간 이어진 우리홈쇼핑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됐다.
양측의 갈등이 재발화한 것은 지난 2023년이다. 당시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롯데지주로부터 양평동 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9월 해당 거래에 절차·가격 상 문제가 없었다"고 무혐의 결론을 내리며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경영권 분쟁 소송에 이어 사옥 거래 분쟁까지 사실상 태광이 '2전 2패'를 기록한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두 그룹이 그간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사실상 '견원지간'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광이 이번에 '통행세' 의혹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러한 갈등 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태광이 롯데의 내부거래 구조를 정조준해 경영권 견제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두 기업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