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민주당, 상무부에 서한 "의사 결정 과정 보고하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부 핵심 대중(對中) 기술 규제를 보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 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적 성과를 위한 트럼프식 대중 실용 외교가 안보 프레임과 충돌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미 의회 "누가 중단 지시했나" 상무부에 서한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뉴욕) 의원은 같은당 시드니 캄라거-도브(캘리포니아) 의원과 공동으로 23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최근 대중 안보 조치 보류 결정의 경위와 근거를 질의했다. 두 의원은 서한에서 "상무부가 국가 안보와 미국의 기술 경쟁력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오는 3월 6일까지 의사 결정 과정과 관련 안보 평가 내용을 의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 "정상회담용 당근인가"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12일 중국의 공유기 제조업체 TP-Link와 차이나 유니콤·차이나 모바일, 중국산 전기트럭 등을 둘러싼 규제 조치가 4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안보 관련 제재를 일시 중단해 중국에 우호적 신호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제재 중단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희토류 공급 안정 약속 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중국보다 다른 국가의 위협에 집중하라"는 내부 지침이 전달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정상회담 성과를 위해 안보를 뒷전으로 미뤘다"는 의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 의회와 충돌 불가피…한국 기업도 촉각
이처럼 의회의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미·중 협상 구도와 글로벌 공급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무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의회가 별도 법안을 통해 행정부의 정책 재량을 제한하고 대중 제재를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안보를 희생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고 중국 측도 이에 맞춰 협상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산 전기트럭·통신장비 규제의 향배는 한국 자동차·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대미 진출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된다.
다만 현재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정치 지형을 감안할 때, 민주당 주도의 이번 견제가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이어져 행정부의 대중(對中)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아직 상무부의 공식 답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상무부가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의회가 청문회·입법 등 추가 수단을 동원할지는 3월 초 이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믹스 의원실은 입법 조치 가능성, 안보 리스크 평가, BIS의 향후 역할 등에 대한 본지의 서면 질의에 즉시 답하지 않았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