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가치'라는 미명 아래 커지는 현장 교사의 혼란과 피로
미디어로 정치 접하는 아이들…교육 전문가들의 침묵 옳은가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뭔가 이상하다. 기자로 일하며 처음 교육감 선거를 챙기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바로 교육감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단일화' 때문이다.
단일화는 선거에서 복수의 후보들이 표 분산을 막기 위해 한 명의 후보로 뜻을 모으는 걸 말한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단일화가 특히 중요한 변수로 여겨진다. 정당 공천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서다. 후보들의 인지도가 낮고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만큼 단일후보를 선출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교육감 후보들이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 이유는 헌법상 교육의 정치적 중립 때문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교육감 후보들을 모이게 하는 것도 결국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분법적 이념이다.
교육팀 발령 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디폴트로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의 타당성만 따지고 있던 내가 선거 국면에 들어섰다는 이유로 진보 진영이니, 보수 진영이니 하는 단어를 숱하게 쓰자니 여간 어색하고 낯선 게 아니었다.
이런 내 기분과 별개로 후보들은 단일화에 열심이다. 일찌감치 단일화 기구를 만들었다며 자랑하는 '진영'도 있고, 단일화에 소극적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기도 한다. 결국 이런 교육감 선거판이 옳은지 회의감을 느낀 후보들도 생겨나는 분위기다.
선거는 승패가 분명한 만큼 이 같은 후보들의 행보가 이해되기도 한다. 역시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으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지 못한다는 점, 그래서 오롯이 사비로 충당하는 선거비용을 득표율 15%를 달성하지 못하면 보전받지 못한다는 교육감 선거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교육자치를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선거공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할 동안 현장의 괴리감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을 저버렸다는 민원이 두려워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민주시민·역사 교육을 하기도 두려운 실정이다.
한 교사는 교육감 선거 때마다 괴리감을 느끼다 못해 얄미운 감정이 든다고까지 말했다. 교원 정치기본권 논의는 지지부진하면서 본인 내지 소속 진영을 위해서는 선거의 실익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일부 교육감들은 탄핵심판 선고를 교실에서 생중계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향상, 성숙한 민주시민성 함양, 다만 정치적 중립은 지키도록….
'특권층'은 그럴 듯 하게 멋진 말들을 늘어놨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당장 어느 매체에서 송출하는 생중계 영상을 보여줄지부터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자칫 해당 매체의 성향을 문제 삼아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민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선생님, 탄핵이 뭐예요?", "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거예요?"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기도 어려운 현실은 덤이다.
교권 문제의 종착점도 결국은 학생의 학습권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며 정치적인 사안들을 필터링 없이 다룬 미디어들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교육 전문가들인 교사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게 과연 능사일까.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주장하는 이들이 말하는 근거 중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갖는 가치를 목적이 잡아먹은 건 아닌지, 어쩌면 그 가치가 더 중요한 가치들을 덮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