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 연극 60년의 출발선은 서울이 아닌 춘천과 원주였다. 1960년대 후반, 대학 극회와 동호회, 소극장 운동이 강원 곳곳에서 싹트며 '지역에서 시작된 연극'의 시대가 열렸다.
이때 만들어진 작은 무대와 모임들은 이후 강원 연극사를 이끌 1세대 연극인들의 터전이 됐고, 그 중심에는 오늘날 '춘천 연극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원로 연극인 최지순 선생이 있었다.
◆대학 극회·소극장, 강원 연극의 첫 무대
1960년대 말부터 춘천·원주에서는 대학 극회와 극회 '사계', 각종 동호회가 결성되며 본격적인 연극 활동이 시작됐다. 극장과 장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 연극인들은 강의실·강당·소규모 공연장을 빌려 무대를 만들었고,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하며 지역 관객과 만났다. 1968년 원주 극단 '산야'가 한국연극협회에 공식 등록되면서 강원 연극은 비로소 제도권 연극계 안에서 존재를 인정받게 된다.
이 시기 춘천에서는 대학 극회와 소극장 운동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연극을 하러 서울로 가는' 흐름과 다른 '지역에 남아 연극을 만드는' 선택이 조금씩 자리잡았다. 비정기적인 공연과 실험적인 레퍼토리로 채워진 무대였지만,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 환경은 이후 강원 연극 특유의 정서와 미학을 형성하는 토양이 됐다.

◆최지순, "춘천 연극의 뿌리"가 된 1세대
감정리 출신인 최지순 선생은 KBS 춘천방송 성우로 예술 활동을 시작해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춘천 연극 무대에 섰다. 1970년대 초 극회 '사계' 창립 동인으로 참여하고, 극단 '혼성' 등에서 배우로 활약하며 정기공연 시스템을 꾸려 나갔다.
당시에는 연습실과 공연장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대학 극회·소극장을 중심으로 "도시 일상 속에서 연극을 만나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무대를 이어갔다.
최지순 선생은 단순한 배우를 넘어 극단 조직과 레퍼토리 구성, 후배 양성과 지역 커뮤니티 연계까지 현장에서 몸으로 해결해야 했던 시대의 예술인이었다. 강원문화재단과 춘천시는 그를 "춘천 연극사의 산 증인, 강원 연극의 뿌리"라고 부르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극을 삶으로 견뎌낸 1세대의 대표적 얼굴"로 평가한다.
◆"개인의 연극사가 곧 지역의 연극사"
2025년 열린 '최지순 연극 아카이브: 시간을 잇다–삶이 된 연극, 기록이 된 시간' 전시는 그의 60년 예술 인생을 통해 춘천 연극사의 골격을 한눈에 보여준 자리였다. 전시에는 196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의 공연 포스터, 희곡 대본, 무대 사진, 방송 자료, 인터뷰 등이 한데 모였다.
관람객은 한 개인의 작업 기록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춘천 연극이 어떻게 시작되고 지속돼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연극계 관계자는 "최지순 선생의 삶을 아카이브하는 일은, 곧 춘천과 강원의 연극사를 아카이브하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원 연극 60년' 두번째 이야기는 '성취와 공백이 함께 쌓인 시간'을 주제로 강원 연극의 발자취를 이야기한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