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때와 달라"…내란죄에도 '결과불법' 논리 유추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의 '형량'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내란죄의 경우 살인죄 양형 논리를 유추 적용할 이론적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살인죄에서 '미수'와 '기수'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듯, 이번 사건 역시 유혈사태로 이어지지 않은 '실패한 내란'이라는 점이 무기징역 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20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과 관련해 재판장을 맡은 지귀연 판사를 언급하며 "재판부는 양형 참작 사유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대부분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가 '비교적 고령인 65세'라는 점을 언급한 데 대해 "윤석열이 55세였다면 사형을 선고했다는 말이냐"며 "대통령이라면 더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헌법 수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등 이른바 사법개혁의 명분을 쌓으며 "사법개혁을 확실히 완수하겠다"고도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결과적으로' 실패한 내란, 초범, 고령 등을 이유로 감형한 판단이 상식과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적으며 민주당 주장에 힘을 실었다.
◆ '결과불법' 관점…인명 피해 현실화 여부가 변수

반면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해 사형 선고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내란죄의 경우 살인죄 양형 논리를 유추해볼 수 있는데, 이때 범죄 결과가 현실화됐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형법 이론상 '결과불법'은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결과가 법익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관점이다. 살인죄의 경우 실제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면 기수, 발생하지 않으면 미수로 평가되며 양형에 차이가 생긴다.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을 당시에는 내란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상해가 발생했고, 군 동원을 통한 권력 장악으로 헌정질서가 중대하게 침해됐다는 점이 중형 선고의 근거가 됐다. 즉 인명 희생과 헌정질서 침해라는 중대한 결과가 현실화된 점이 사형 선고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건에서 재판부는 군을 국회에 투입한 점 등을 근거로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 성립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와 군 투입은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해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볼 충분한 사정이 있다"며 "헌법상 권한 행사를 명목으로 내세웠더라도 실제로는 실력 행사에 해당한다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 사건과 달리 다수 인명 희생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형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결과불법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살해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양형에서 차이가 있다"며 "전두환 사건은 내란 과정에서 실제 사망 결과가 발생해 사형이 선고됐지만, 이번 사건은 내란목적살인이나 유혈사태가 없었다는 점에서 항소·상고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65세 이상 고령, 영향 제한적"
양형 사유로 언급된 '65세 이상의 비교적 고령' 역시 논란이 됐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고령이 감형 사유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내란처럼 국가적 법익을 중대하게 침해한 범죄에서는 그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가 사형을 구형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양형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65세 이상의 비교적 고령이라는 사정을 함께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내란과 같은 중대 범죄에서 고령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덕수 내란 사건 2심에서 재판부가 감형을 검토한다면, 고령이나 장기간 공직에 몸담아온 경력 등을 정상참작 사유로 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abc123@newspim.com












